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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린, 전쟁 폐허 위에 쇼핑몰 … 인구 41만에 ‘손님’은 157만

중앙일보 2017.07.27 01:19 종합 12면 지면보기
다시 일어서는 발트해 연안도시들 <중> 무역의 바다서 관광의 바다로
에스토니아 탈린 시는 구도심 외곽의 쇠락한 공단인 로테르만 지구의 무너진 건물 잔해를 복원하고 그 위로 현대식 건물을 증축해 세련된 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조문규 기자]

에스토니아 탈린 시는 구도심 외곽의 쇠락한 공단인 로테르만 지구의 무너진 건물 잔해를 복원하고 그 위로 현대식 건물을 증축해 세련된 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조문규 기자]

에스토니아의 탈린, 라트비아의 리가는 과거 발트해 무역의 중심 항구였다. 넘쳐났던 무역선을 여객선과 크루즈가 대체했다. ‘무역의 바다’였던 발트해가 ‘관광의 바다’로 거듭난 것이다. 거기엔 과거의 항구와 건축물을 보존해 관광 자원으로 탈바꿈시킨 발트해 해양도시들의 지혜가 있었다.

중앙일보·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공동기획
2차대전 중 쓰러진 건물 복구하며
현대식 구조로 증축, 전통과 조화

리투아니아 빌뉴스 옛건물 살려
17세기 지은 성당이 공연장으로

폴란드 그단스크는 꼼꼼한 복원
400년 된 곡물창고를 호텔 개조

 
이달 초 찾은 탈린과 리가 등 발트해 도시들의 공통점은 거리에 넘쳐나는 관광객이었다. 관광이 도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실제 탈린의 2015년 기준 관광객은 157만 명으로 탈린 인구(41만 명)의 세 배가 넘었다. 리가의 관광객은 230만 명으로 2010년 대비 76%가 증가했다. 비결 중 하나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조화였다. 탈린과 리가, 그리고 리투아니아의 빌뉴스 등 발트 3국 도시들의 구도심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발트해가 무역으로 번성했던 13~15세기 상류층들이 살던 고급 건축물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에 지난 20년간 복원 노력이 더해져 활기 넘치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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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린 시는 구도심 외곽의 쇠락한 공단과 마을도 관광지로 개발 중이었다. 19세기 소금창고와 제빵 공장 등으로 가득했던 공단지대였다가 제2차 세계대전과 소련의 침공으로 파괴된 로테르만 지구가 대표적이다. 탈린 시는 무너진 건물 잔해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로 현대식 건물을 증축하면서 역사적인 장소를 세련된 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기자가 지난달 말 찾은 로테르만 지구는 벽돌로 지어진 옛 건물과 첨단 양식의 새 건물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한 잡화점 직원 타비(27)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 주민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빌뉴스 시 당국은 98년부터 2005년까지 구도심 내 30개 거리와 300개 건물의 복원 사업을 실시했다. 되살아난 옛 건물들은 먹고, 자고, 느끼는 체험형 종합 관광 콘텐트가 됐다. 15세기에 지어진 빌뉴스 구도심의 나루티스 호텔도 그중 하나다. 이 호텔은 고딕, 바로크, 고전주의 등 다양한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해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었다.
 
폴란드 그단스크에 위치한 ‘호텔 그단스크’는 1690년 지어진 곡물창고를 호텔로 개조해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문규 기자]

폴란드 그단스크에 위치한 ‘호텔 그단스크’는 1690년 지어진 곡물창고를 호텔로 개조해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문규 기자]

약 400년 전 건축된 성카테린 성당은 복원 사업을 통해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탈바꿈됐다. 라트비아 리가에선 1214년 지어진 베크리가 호텔이 여행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보존을 통해 관광자원을 창출하는 곳은 발트 3국뿐만이 아니다. 폴란드에선 독립된 정부 기구 ‘역사보존위원회’가 옛 건물을 보수해 새로운 명소로 바꿔놓는다.
 
폴란드 그단스크 구도심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호텔 그단스크’는 1690년 지어진 곡물창고를 개조한 것이었고, 3성급 호텔 ‘Q호텔 그단스크’는 2차대전 당시 와이너리로 지어졌던 건물을 보수했다.
 
역사의 정취가 살아 있는 호텔에서의 숙박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됐다. 호텔 그단스크의 카운터 직원은 “건물 손상을 최소화하라는 보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우리 호텔엔 4층과 5층에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Q호텔 그단스크에서 만난 미국인 숙박객 매슈(54)는 “저렴한 가격에 고풍스러운 숙소에서 묵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호텔들의 1박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탈린·빌뉴스·리가·그단스크=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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