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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 2명이 전교 여학생 3분의 1 성추행”

중앙일보 2017.07.27 01:01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달 경기도 여주의 한 고등학교 전교생 449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 등을 묻는 긴급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경찰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해자가 계속 늘자 벌인 설문조사였다.
 

여주서 … 여학생 신체 부위 만지고
수업시간에 “엉덩이 안마해 달라”
경찰 수사 뒤 전교 설문으로 드러나
한 명은 성폭력 상담 책임 맡은 교사
해당 교사들은 성추행 부인

공동조사 기관인 경기용인아동보호전문기관(보호기관)과 여주교육지원청은 성범죄가 의심되는 내용을 모아 경찰에 수사 활용 자료로 넘겼다.
 
설문조사 결과 이 학교 전체 여학생 204명 중 72명(35%)이 안전생활부장 B교사(52)와 3학년 담임 C교사(42)에게서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학년별로는 1학년 11명, 2학년 29명, 3학년 32명이다. 성추행 피해자 중에 남학생 3명도 들어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교사는 학교폭력·성폭력 고충 상담과 예방 교육 등 학생인권 책임자였다고 한다.
 
이 학교 남자 교원은 모두 43명. 5%도 안 되는 남자 교원이 무려 전체 여학생의 35%에게 몹쓸짓을 했다는 얘기다. B교사와 C교사에게서 추행당했다고 밝힌 여학생은 각각 31명과 55명이었고 14명은 두 교사 모두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학생 2명은 피해 정도가 심해 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했다.
 
경찰은 두 교사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그동안 여주교육지원청은 학생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학생특별시’를 표방해 왔다.
 
경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교육 당국은 이 같은 광범위한 피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지난달 14일 경찰의 수사 개시가 통보되자 그 다음날 해당 교사 두 명을 직위해제했다. 피의자 신분인 이들의 범행은 B교사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C교사는 2015년 3월부터 2년여간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해당 학교는 교원 대상으로 성폭력 및 학교폭력 예방연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 학교는 4월 21일에도 예방연수를 벌였지만 범행은 5월 말까지 이어졌다. B교사는 수업시간에 여학생에게 안마를 해 달라며 자신의 엉덩이 부분을 만지게 하거나 자신도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진 혐의다. C교사는 교실 복도에서 마주친 여학생의 엉덩이 등을 만진 혐의다.
 
추행이 계속됐지만 피해 여학생들은 학교 측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실제 아동보호기관의 전수 조사 전인 지난 4월 이뤄진 학교폭력 실태조사(교육부 주관)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중앙일보 취재에서 드러났다. 경찰 수사가 이뤄지자 3개월여 만에 추행 피해 주장이 0건에서 72건(남학생 폭행 3건 제외)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지난해 한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당시 이 담임교사는 “재발이 이뤄지면 다시 이야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교원은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 중이다.
 
여주의 조용한 농촌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한 학부모는 “기숙사 생활하는 여학생들을 주로 성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들었다. 교사로서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는지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사건이 터진 고교의 한 관계자는 “B교사의 경우 쉬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어깨를 발로 밟아 달라고 했다고 한다. 학생이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C교사는 관련 혐의를 부인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성추행 사실이 신속히 드러나지 않은 데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학생 입장에서 성 관련 범죄 피해를 익명으로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행동이 성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깨닫도록 교사들에게 예방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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