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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자국 선명한 매케인의 투표 … 기립박수 받은 ‘의회 정신’

중앙일보 2017.07.27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1주일 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요양을 위해 워싱턴DC를 떠났던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1주일 전 뇌종양 진단 받고 투병 중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 표결에 참석
“우리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그가 비판한 트럼프도 “미국의 영웅”
한국 의원들 추경 표결 불참과 대비

언론 카메라는 이날 오후 3시쯤 의회에 도착하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그의 왼쪽 눈썹 위에는 멀리서도 보이는 큰 흉터가 자리잡았다. 최근 받은 혈전 제거 수술 자국으로, 그는 이 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뇌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암 선고 후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그는 이날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 개시 여부를 묻는 상원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돌아왔다. 와병 중임에도 그의 ‘36년째 의정활동’에 대한 식지않은 열정은 투표 후 동료들에게 보내는 연설에서 드러났다.
 
“의회에서의 업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운을 뗀 그는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하고 있는 게 없다. 정말로 우리가 올해 한 것은 연방대법관으로 닐 고서치를 인준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은) 내가 기억하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당파적이고 부족(tribal)에 가깝다”며 “서로를 믿자. 정상적인 체제로 돌아가자”고 촉구했다. 또 “(상원은) 너무나 많은 중요 이슈들에 있어 시간을 낭비해왔다”며 “미국이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의원은 반대편인 민주당을 비난하지 않았다. 외려 공화당 수뇌부가 건강보험개혁법을 폐쇄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그고 (오바마케어 폐지를 위한) 입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의원들에게 갑자기 안을 제시한 다음 억지로 통합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 개시에는 찬성했지만 연설에서 트럼프 케어를 감싸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을 위한 의료예산을 축소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상원의 역할과 관련해 “우리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그와 우리는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동료 의원들은 그의 강한 비판에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연설이 끝난 후에는 차례대로 줄을 서 그와 포옹하며 안부를 전했다.
 
이날 상원 투표엔 매케인 의원을 포함한 상원의원 100명 전원이 참석했다.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표로 동수를 이뤘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찬성표를 던져 가결 처리했다. 그러나 가결의 1등 공신은 매케인 의원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병상에서도 “의회가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모습이 공화당 의원들을 뭉치게 한 원동력이 됐고 죽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1호’인 오바마케어 폐지 논의를 되살렸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매케인 의원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온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말 대단하다. 미국의 용감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매케인 의원의 이날 행보와 미 상원의 표결진행은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표결을 놓고 벌어진 상황과 대비된다. 지난 22일 정부와 여당이 주도했던 추경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6명의 불참으로 정족수가 미달돼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 불참 의원들은 해외 출장,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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