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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농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 된 비결

중앙일보 2017.07.27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재일동포 정용기(37)씨는 대학 시절까지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지금은 일본 3대3 농구리그(3×3.EXE)의 최고 레벨(프리미어리그) 팀인 ‘윌(WILL.EXE)’의 대표이자 구단주다. 윌에는 한국 국가대표 출신 이승준·박광재, 프로팀에서 뛰었던 최고봉·신윤하 등이 소속돼 있다. 훈련은 서울에서 하고 주말에만 일본에 건너가 경기에 출전한다.
 

쑥쑥 크는 일본 프로리그
연간 6000만원만 있으면 팀 운영
2020년까지 팀 108개로 늘리기로

찾아가는 무료 스포테인먼트
사람 많이 몰리는 곳 어디든 코트
음악에 맞춰 숨 돌릴 틈 없는 묘기

글로벌화 이끈 일본 기업
제비오, 수년 전부터 리그 주최·지원
FIBA와 함께 별도 종목 발전시켜

일본의 3×3 프리미어리그는 18개 팀이 동부·중부·서부로 나눠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전국을 돌며 8라운드 경기를 하고 각 지부 상위 두 팀이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지난달 25일 도쿄 시나가와 구 오모리벨포트 아트리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분전하고 있는 윌 팀의 한국 선수 박광재(오른쪽). [사진 3×3.EXE]

지난달 25일 도쿄 시나가와 구 오모리벨포트 아트리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분전하고 있는 윌 팀의 한국 선수 박광재(오른쪽). [사진 3×3.EXE]

3×3 농구는 팬들을 경기장에 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개최 도시의 기차역, 유서 깊은 건물, 대형 쇼핑몰 등에 ‘판’을 깐다. 일반 농구코트 절반에 골대는 하나다. 팀당 4명 출전에 코트에서는 3명만 뛸 수 있다. 코트가 좁고, 12초 안에 슈팅을 해야 하며, 리바운드를 잡으면 곧바로 공격 형태를 갖춰야 하므로 숨 돌릴 틈 없이 경기가 돌아간다. 여기에 끊임없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댄스 공연, 치어리더 응원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다.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경기 시간은 10분인데 먼저 21점을 넣으면 경기가 끝난다.
 
정용기 구단주

정용기 구단주

‘길거리 농구’로 불리던 3대3 농구가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여 하나씩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하위문화가 주류 문화를 뒤엎은 ‘사건’이다. 올림픽 입성을 계기로 일본 3×3 농구리그 측에서는 18개인 프로(프리미어리그)팀 수를 2020년까지 108개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정용기 대표는 “리그에 내는 연회비와 경기 출전 시 교통비·숙식비로 한 시즌에 5000만~6000만 원 정도를 쓴다. 경기장·구단 운영비, 선수단 인건비가 들지 않고, 선수들 경기수당도 리그에서 지급한다. 음료수·공·농구화·유니폼도 리그를 통해 스폰서를 받는다. 스포츠단은 대기업이 큰 돈을 들여서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깬 게 일본의 3×3 농구다”고 말했다.
 
3×3 프리미어리그 2017년 개막전은 도쿄 다치카와시 라라포트에서 열렸다. [사진 3×3.EXE]

3×3 프리미어리그 2017년 개막전은 도쿄 다치카와시 라라포트에서 열렸다. [사진 3×3.EXE]

3대3 길거리 농구의 가능성을 보고 별도의 종목으로 발전시킨 건 국제농구연맹(FIBA)이다. 2007년 FIBA는 나라마다 제각각이던 룰을 표준화 했고, 2010년 유스 올림픽 종목에 3×3 농구를 진입시켰다. 그런데 일본을 중심으로 3×3 농구가 융성하게 된 것은 ‘제비오(XEBIO)’라는 기업이 FIBA와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1967년 창립한 제비오는 자사 제품을 포함해 미즈노·데상트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파는 동일본 지역 최대 스포츠 용품 유통 기업이다. 3×3 농구의 폭발력을 일찍 간파한 제비오는 3×3 농구리그의 스폰서이면서 리그 주최자라는 위상을 지켜 왔다. 제비오 내 마케팅 회사인 크로스스포츠마케팅에 3×3 리그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브렉스 팀의 카일 리처드슨이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 3×3.EXE]

브렉스 팀의 카일 리처드슨이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 3×3.EXE]

도쿄 중심가에 있는 제비오 본사에서 크로스스포츠마케팅의 시니어 매니저 야스다 미코코를 만났다. 그는 “우리가 수년간 가장 많이 공을 들인 게 3×3 농구다. 일본은 초·중·고까지는 농구 인구가 많은데 대학에서 그 숫자가 확 떨어진다. 150만 명에 달하는 초·중·고 농구 인구만 잡아도 성공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야스다는 “3×3 농구 붐이 일면서 우리 회사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오는 29일 우츠노미야에서 개막하는 FIBA 월드투어를 비롯해 일본에서 열리는 200여개 대회(참가선수 1만명)의 개최권을 갖고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인터넷 중계만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TV 중계도 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중계권 협상을 하자고 요청하는 방송사가 많다”고 귀띔했다.
다치카와시를 연고로 하는 다임 팀(오른쪽)과 브렉스 팀의 경기. [사진 3×3.EXE]

다치카와시를 연고로 하는 다임 팀(오른쪽)과 브렉스 팀의 경기. [사진 3×3.EXE]

 
한국에도 3×3 농구 바람이 상륙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하남시 스포츠몬스터에서 한국3대3농구연맹 창립식이 있었다. 초대 회장은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3×3은 동호회 중심이다. 퍼즐이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맞춰지지 못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와 힘을 합쳐 제도와 시스템 개선부터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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