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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된 '마을 수호신' 향나무 도난 당했다 다시 되찾은 사연

중앙일보 2017.07.27 00:01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한 마을에 심겨져 있는 향나무. 도난 당하기 전 모습이다. [사진 경남 경찰청]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한 마을에 심겨져 있는 향나무. 도난 당하기 전 모습이다. [사진 경남 경찰청]

지난달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한 마을에 사는 A씨(81)는 마을 공동 우물가 쪽으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던 수령 150년 된 향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져서다. 마을 주민들은 이 향나무가 우물물을 깨끗하게 하고 액운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준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일부 주민은 이 나무 앞에 물을 떠놓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시가 1000만원대 향나무 100만원에 팔아 넘겨
마을수호신 역할 하던 향나무 사라져 마을 주민 신고로 검거

A씨의 도난 신고를 받은 경찰은 우물가 주변에 향나무가 심겨져 있던 자리의 흙 상태를 보고 누군가 고의로 향나무를 파서 훔쳐간 것으로 판단해 수사에 들어갔다.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2일 용의자 B씨(51·창원시 마산합포구)와 C씨(52·창원시 마산합포구)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조경업자 D씨(61)와 F씨(42)를 불구속 입건했다. 
도난 당한 뒤 충북의 한 농장에 심겨진 향나무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도난 당한 뒤 충북의 한 농장에 심겨진 향나무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B씨와 C씨 등 2명은 이 마을에 고가의 향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훔쳐 팔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지난달 13일 오후 7시쯤 충북에서 좋은 야생화 등을 찾으러 창원의 한 조경가게에 내려온 조경업자 D씨와 F씨를 만났다. B씨 등은 D씨 등에게 “근처에 좋은 향나무가 있는데 100만원에 넘겨주겠다”고 꼬드겼다. 
이에 D씨와 F씨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잘 키우면 수천만 원대의 고가에 되팔 수 있는 향나무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이들 4명은 트럭 등 2대의 차에 나눠 타고 향나무가 있는 마을로 이동했다. 이때는 날이 어둑한 오후 9시쯤이었다. 
 
도난 당한 뒤 충북의 한 농장에 심겨져 있는 향나무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도난 당한 뒤 충북의 한 농장에 심겨져 있는 향나무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이들은 높이 2m에 150년 된 향나무를 20여분 만에 캐냈다. C씨 등은 A씨 등에게 100만원을 넘겨 준 뒤 자신의 트럭에 향나무를 싣고 충북으로 돌아갔다. C씨 등은 자신의 농장에서 이 향나무를 다시 판매할 목적으로 키우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현재 향나무의 가격이 1000만원 정도이지만 잘 가꿀 경우 3000만원 정도까지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수호신과 같은 향나무가 도난당했지만 다시 찾게 돼 다행”이라며 “마을 주민들도 수호신이었던 향나무를 다시 되찾게 돼 아주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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