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BC '죽어야 사는 남자' 논란, 무슬림에게 직접 묻다

중앙일보 2017.07.25 19:01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 등장하는 중동 백작(최민수 분) [사진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 등장하는 중동 백작(최민수 분) [사진 MBC]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MBC 측이 "등장 인물·지역 등은 픽션"이라며 사과 글을 올렸지만, 사과글을 올린 페이스북에 6000개 가까운 항의 댓글이 달린 건 무슬림 사회가 아직 이 문제를 무겁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25일 한국인 무슬림인 나빌라 김(김정현·43)씨에게 이번 문제에 대해 물었다.
 

한국인 무슬림 나빌라 김이 본 '죽어야 사는 남자'
"사람 향하는 문화가 상처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우선 자기소개를 해달라
무역회사 사무직에 근무하고 있는 43살 주부다. 어릴 때부터 중동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고교 졸업 후 무슬림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져 스스로 이태원 성원을 찾아가 무슬림이 됐다.
 
처음 '죽어야 사는 남자'를 접했을 때 어땠나
본 방송을 보지는 못했는데, 무슬림이 모여있는 카톡방에 관련 글이 올라왔더라. 방송사에 항의를 해야 한다고 하길래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다시 보기'로 접했다. 솔직히 백작(최민수 분)이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충격적이지 않았다. 비무슬림 한국인 캐릭터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슬람에서는 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큰 벌을 받는다. 만든 사람, 파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마신 사람, 장소를 제공한 사람들 등. 그래서 백작에게 술을 가져다주고 준비해주는 모든 과정이 큰 죄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그 외 장면은 어땠나
히잡을 쓰고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 그리고 공주라 불리는 여성들의 옷차림은 정말 불쾌했다. 히잡은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구분하는 우리의 옷이다. 알라께서 꾸란을 통해 우리에게 명했고, 저를 포함한 무슬리마(무슬림 여성)들은 긍지와 자부심으로 히잡을 쓴다. 그러한 히잡이 가치 없는 장신구로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드라마 표현대로라면)무슬림 여성들이 옷은 아무렇게나 입고 머리만 가리면 되는 줄 알 수도 있을 것이고, 가려진 베일 사이로 남자의 손길만 기다리는 존재로 보여질 수도 있다. 모두 픽션이라고 했지만 이슬람, 무슬림 문화와 모두 직결돼 있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중동, 이슬람이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죽어야 사는 남자’의 한 장면. 히잡 쓴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있다. [사진 MBC]

‘죽어야 사는 남자’의 한 장면. 히잡 쓴 여성이 비키니를 입고 있다. [사진 MBC]

 
가장 당혹스러웠던 부분은
다른 무슬림들도 처음부터 적대감을 가지고 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첫 화면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동쪽으로 간 그의 손에서 검은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서쪽으로 간 그의 손에서 신의 눈물이 흘렀다"고 나오는데 이는 알라에 대한 신성모독이다. 아무리 가상이라고 하나 누구든 이슬람을 연상하고 드라마를 볼 것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 계시한 신은 알라로 이어지게 돼 있다. 한국에서는 알라신이 여러 신들 중 하나인 것처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알라는 아랍어로 하나님 즉 유일신을 뜻한다. 그리고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보니 히잡을 왜곡하고, 술, 사치 등 이슬람에서 특히나 금지하는 부분들을 골라서 희화 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느냐. 무슬림들은 할랄(허용되는 것)과 하람(금지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민감하다.
'죽어야 사는 남자' 첫 화면 [사진 MBC]

'죽어야 사는 남자' 첫 화면 [사진 MBC]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며 옹호하는데 어떻게 보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외국 선수들이 골 세레모니를 하면서 눈 찢는 포즈만 취해도 동양인 비하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항의하지 않느냐. 어느 누가 이를 보고 "그저 세레모니일 뿐"이라고 옹호하느냐. 처한 상황은 달라고 존중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비하한다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느냐.
 
실제 무슬림 사회에서 이번 일에 대한 반발이 심하나
대한민국에서 극소수인 한국인 무슬림들은 조용한 편이다. 성의 없는 사과문이긴 하지만 방송사 측이 이를 재빠르게 올리고, 문제 되는 장면도 일부 편집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한 것 같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한국인 무슬림들도 좌시하지 않았을 거다. 예전에 씨엘이 자기 노래에 꾸란과 관련된 소절을 넣어 논란이 됐는데, 사과 하지 않고 버티다가 관계자가 중앙 성원에 와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불쾌해 하고 화가 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은 많이 화내고 어이 없어 한다. 한류 붐으로 한국문화를 많이들 좋아하는데, 뒷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쇼크라고 말을 많이 한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한때 SBS '웃찾사'에서 '알까리라 뉴스(2005년 아랍방송 '알자지라'를 패러디해 화제가 됐던 코너)'라는 코너를 한 적이 있다. 여기에 개그우먼이 히잡을 쓰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때도 아랍 비하 논란이 있었다. 어떤 자매님이 지하철 탔다가 어린 아이가 그 캐릭터를 흉내 내며 놀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영화나 드라마 등 모든 예술 작품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재미를 위해 뭐든 다 할 수는 없다. 최소한 그 대상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그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게 무엇인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을 향해야 하는 문화 활동이 사람을 다치게 하고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