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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충북 수해 일주일…집 잃고 '난민'처럼 생활하는 이재민들

중앙일보 2017.07.25 13:33
폭우에 주택이 침수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 마을 주민들이 지난 19일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 손현기씨 제공]

폭우에 주택이 침수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 마을 주민들이 지난 19일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 손현기씨 제공]

괴산 피해

괴산 피해

“어제도 90㎜ 넘는 비가 내려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릅니다. 하천물에 집이 잠겨서 열흘째 자동차와 이장님 집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 주민 교회서 잠자며 떠돌이생활
국지성 호우, 소나기 계속되면서 침수된 주택 복구도 더뎌
일부 주민 콘크리트 바닥에서 생활… 1년 농사 망쳐 한숨

25일 오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 중리마을에서 만난 손현기(54)씨는 휩쓸려 간 농경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손씨는 지난 16일 내린 폭우에 고추·콩·담배·옥수수 등 농경지 6600㎡(2000평) 정도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 피해도 막심하지만, 열흘째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해 고역이다. 손씨는 “집으로 가는 농로가 유실되면서 1㎞ 떨어진 마을회관까지 걸어 나와 식사를 한다”며 “자동차에서 자다 보면 몸도 불편하고 모기가 득실거려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당분간 농사일을 못하는 손씨는 마을회관에 머물며 주민들을 돕고 있다.
 
60여 가구가 사는 중리마을은 지난 폭우에 인근에 달천이 범람하면서 22가구가 침수됐다. 농경지에 하천 토사가 밀려들어 벼가 쓰러지거나 시설 하우스 작물이 대량 유실됐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공동으로 식사한다. 10여 가구는 주택 정리가 끝나지 않아 교회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걷어내는 작업은 대부분 마쳤지만 24일 괴산 지역에 소나기와 국지성 호우가 쏟아져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에 사는 임삼식씨가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은 집에서 모기장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에 사는 임삼식씨가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은 집에서 모기장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이날 오전 11시30분 중리마을에는 “식사가 준비됐으니 하시던 일을 멈추시고 마을회관으로 오세요”란 방송이 흘러나왔다. 음성군 금왕읍 내곡리 부녀회는 밥과 고깃국·김치·전·떡 등 음식을 마련해 마을회관 앞 정자에 점심상을 차렸다.
 
강성수(58) 내곡리 이장은 “수해에 집을 잃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따뜻한 밥을 먹고 주민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임삼식(84·여)씨는 마루에 모기장을 치고 지내고 있다. 임씨는 “수해가 난 뒤로 마을의 교회에서 주민 40여명과 함께 닷새 정도를 잤는데 이동하는 게 불편해 정리가 덜 끝난 집에 들어오게 됐다”며 “저녁 때 비가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이불이 젖어 한숨도 못잤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에서 흙집을 짓고 사는 임병선씨가 무너진 집을 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괴산군 청천면 신도2구에서 흙집을 짓고 사는 임병선씨가 무너진 집을 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임씨 집은 열흘 전 물난리로 집 중간까지 물이 차올랐다. 가구와 전자제품이 침수돼 방은 텅 비었고 천장에는 젖은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임씨는 “방이 말라야 도배와 장판을 하는데 비가 계속와서 작업을 할 수 없다”며 “언제까지 콘크리트 바닥에서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달천변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임병선(58)씨는 황토로 만든 집이 못쓰게 됐다. 임씨는 “2011년에 7억원을 들여 만든 황토집이 지난 폭우로 갈라지고 주저 앉았다”며 “황토집이 무너질까봐 안에서 당분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내린 폭우로 괴산 청천면에 있는 한 농가의 농경지에 토사가 가득찼다. [사진 손현기씨 제공]

지난 16일 내린 폭우로 괴산 청천면에 있는 한 농가의 농경지에 토사가 가득찼다. [사진 손현기씨 제공]

 
지난 폭우로 괴산에선 주민 2명이 숨지고 잠정 12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군은 수해가 심한 청천·청안·칠성면에 감염병 유행 등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방역소독을 하고 식수·급식 지원을 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폭우 뒤 급증한 생활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6일 폭우 뒤 청주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하루 평균 760t이 발생해 평소의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광역소각장에서 하루 처리 가능한 용량이 400t에 불과해 적재장 등에 폐기물 4000여 t이 쌓여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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