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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4개 대학 중 절반, 자연계 논·구술 고교과정 밖 출제"

중앙일보 2017.07.25 11:27
지난해 서울대 구술고사에 출제됐던 수학 문제. 고교 교사들은 "대학 3학년 과정의 정수론에서 가르치는 소수의 특정 성질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대 구술고사에 출제됐던 수학 문제. 고교 교사들은 "대학 3학년 과정의 정수론에서 가르치는 소수의 특정 성질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수학 구술고사에는 특정 자연수 N이 소수임을 증명하는 문제가 나왔다.<사진 참고> 소수는 1과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다.  
 

'사교육걱정', 지난해 대입 이공계 논·구술 분석
한양·연세·동국대, '고교과정 밖 출제' 30% 넘어
서울대·이화여대·고려대·성균관대도 고교 밖 문항

전체 문항 중 97%, 정해진 풀이 요구하는 '본고사형'
"교육 과정 밖서 출제하면 공교육으로 대비 못해"
" 선행교육규제법 위반 대학 제재해야"

고교 교사들은 “이 문제는 대학 3학년 정수론에서 다루는 소수의 성질을 알아야 풀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고등학교에서 소수가 무엇인지 개념만 익힐 뿐, 소수의 특정 성질을 이용해 복잡한 수식을 증명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게 고교 교사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1학년 김모(20)씨는 “학원에서 대학 3학년 과정인 정수론을 배운 덕분에 겨우 풀 수 있었다. 이런 복잡한 공식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5일 지난해 대입 자연계 논·구술고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동국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7개 대학은 고교 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5일 지난해 대입 자연계 논·구술고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동국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7개 대학은 고교 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사교육 억제를 위해 대학 논∙구술고사에서 고교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문제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소재 14개 대학 중 7곳이 지난해 대입에서 논∙구술 문제(수학·과학)를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7개 대학은 고려대·동국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다. 이들 대학은 고등학교에 배우지 않는 내용 또는 대학 과정에서 문제를 내 고교 정규 수업만으로는 논·구술고사를 준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25일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14개 대학이 출제한 논∙구술 문제 중 9%(312개 중 28개)가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돼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2014년 시행된 선행교육 규제법에선 대학 입시에서 고교 교육 과정 밖 문제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지난 5월부터 2달에 걸쳐 건국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홍익대 등 서울 소재 14개 대학의 2017학년도 논∙구술 문제를 분석했다. 46명의 현직 교사 및 박사 과정 이상 전문가가 분석에 참여했다. 
 
분석에 따르면 고교 교육과정 밖 출제 비율은 한양대가 38.9%로 가장 높고, 연세대(37.5%)·동국대(33.3%) 순으로 높았다. 그다음으로 서울대(23.2%)·이화여대(19.0%)·고려대(13.3%)·성균관대(3.4%) 순이다. 사교육걱정은 “동국대·서울대·연세대·한양대는 대학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한 비율이 높아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만으로는 논·구술을 준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반면 건국대·경희대·서강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중앙대·홍익대 등 7개 대학은 고교 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해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고사에 출제됐던 수학 문제. 고교 교사들은 "복잡한 풀이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서술하는 지를 평가하는 본고사형 문제"라고 꼽았다. 

지난해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고사에 출제됐던 수학 문제. 고교 교사들은 "복잡한 풀이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서술하는 지를 평가하는 본고사형 문제"라고 꼽았다. 

특히 전체 문항 중 97%가 서술형이 아니라 이른바 '본고사형'으로 출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본고사형 문제는 특정 답이 이미 있고, 답을 내는 과정까지의 복잡한 풀이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서술하는지를 평가하는 문제 유형이다. 서술형 문제는 답이 없고 학생에 따라 여러 풀이법을 적용해볼 수 있는 창의력을 평가하는 문제를 말한다. 논·구술고사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평가하자는 취지에서 서술형 문제가 권고되고 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본고사형 문제는 정해진 풀이과정대로 풀었는지를 확인하는 문제기 때문에 창의력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학원에서 고난이도 문제로 훈련을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라며 “너무 어려워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 대학 명단.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 대학 명단. 

현행 선행교육 규제법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은 대학이 1차 위반시에는 시정명령을, 연속으로 2차 위반시에는 대학 모집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정원감축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교육부는 매해 전국 대학의 논술고사를 분석해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 여부를 점검해왔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6학년도 대입 논술고사 분석에서는 가톨릭대·건국대·경북대·경희대·부산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연세대(원주)·울산대·한국한공대·한양대(에리카) 등 12곳이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으로 조사됐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 부소장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학교 교육으로 대비할 수 없고 사교육을 유발해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2년 연속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소지가 큰 성균관대·연세대는 정원감축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현진·이태윤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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