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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 생명체와 기계는 어떻게 공생하게 될까

중앙일보 2017.07.25 09:53
'!미디엔그룹 비트닉'의 '무작위 다크넷 구매자-봇 컬렉션'(2014-2016) 사진=이후남 기자

'!미디엔그룹 비트닉'의 '무작위 다크넷 구매자-봇 컬렉션'(2014-2016) 사진=이후남 기자

 '!미디엔그룹 비트닉'의 '무작위 다크넷 구매자-봇 컬렉션'.사진=백남준아트센터

 '!미디엔그룹 비트닉'의 '무작위 다크넷 구매자-봇 컬렉션'.사진=백남준아트센터

 세 개의 스크린에 각기 다른 물건이 번갈아 등장한다. 유럽의 작가, 기자,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미디엔그룹 비트닉’이 쇼핑봇 ‘무작위 다크넷 구매자’을 만들어 매주 100달러 예산의 비트코인으로 온라인에서 구매한 물건 중 일부다. 별별 로봇이 다 나오는 시대에 자동으로 물건 사는 로봇쯤은 그리 놀라운 것 같지는 않다. 헌데 로봇이 무작위로 사들인 물건이 계속 전시장에 배달돼 쌓이던 와중에 마약류를 구매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5년 스위스 전시에서다. 이 불법적 구매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로봇을 설계한 사람의 책임일까 아닐까. 논란 끝에 작가들이 기소되는 불상사는 피했지만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의 새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은 이처럼 인간과 로봇의 공존, 앞으로 더 가속화될 현실에 대한 국내외 작가 15팀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를 20여점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는 중:)))))))’처럼 실제 사건을 반영한 작품도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했던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가 주인공이다. 테이는 사람들이 그릇된 지식을 집중적으로 학습시키자 각종 소셜미디어네트워크에 인종차별적 언사를 쏟아냈고 결국 24시간도 되기 전에 운영이 중단됐다. 영미권 작가 자크 블라스, 제미마 와이먼은 10대 여성으로 설정된 테이를 일그러진 형상으로 재현해 당시의 사건에 대해 말하게 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
때로는 기괴하고 끔찍한
때로는 발랄하고 희한한
국내외 작가 15팀의 20여 작품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먼 '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는 중:))))))' 사진=이후남 기자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먼 '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는 중:))))))' 사진=이후남 기자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먼 '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는 중:))))))' 사진=백남준 아트센터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먼 '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는 중:))))))' 사진=백남준 아트센터

양쩐쭝 '위장'.사진=백남준아트센터

양쩐쭝 '위장'.사진=백남준아트센터

양쩐쭝 '위장'.사진=백남준아트센터

양쩐쭝 '위장'.사진=백남준아트센터

양쩐쭝 '위장'.사진=백남준아트센터

양쩐쭝 '위장'.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이보다 덜 직접적이고 더 상징적인 작품도 있다. 중국 작가 양쩐쭝의 ‘위장'은 공장 노동자 50명의 얼굴을 3D스캔해 마스크를 만든 뒤 노동자들이 이를 쓰고 작업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단지 흰 마스크를 썼을 뿐인데 기괴한 분위기가 감돈다. 어쩌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평소 얼굴이 마스크 못지 않게 무표정했을 지도 모른다. 국내 작가 박경근의 ‘1.6초’는 국내 자동차 생산공장의 조립라인을 로봇 눈높이의 카메라 앵글로 담아냈다. 앵글보다 상징적인 게 제목이다. 작가가 영상을 찍기 위해 공장을 방문한 날, 로봇의 속도를 1.6초 빠르게 하는 문제를 두고 벌어진 노사갈등에서 따왔다. 로봇은 단지 '1.6초'이지만 인간이 이에 맞추려면 많은 노력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박경근 '1.6초'사진=백남준아트센터

박경근 '1.6초'사진=백남준아트센터

박경근 '1.6초'사진=이후남 기자

박경근 '1.6초'사진=이후남 기자

스펠라 페트릭 '비참한 기계'.사진=백남준아트센터

스펠라 페트릭 '비참한 기계'.사진=백남준아트센터

 슬로베니아 작가 스펠라 페트릭의 ‘비참한 기계’는 인간 아닌 생명체를 등장시킨다. 그을음 입힌 유리병에 바늘로 선을 그어 무늬를 내는 아날로그 기계를 선보이는데 이 바늘이 홍합의 살에 자극을 주어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임을 알게 되면, 겨우 홍합인데도 끔찍한 느낌이 든다. 노진아 작가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관람객이 말을 걸면 제법 복잡한 단어로 답하는 인공지능형 작품이다. 작품이 띠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의 형상부터 불안하고 두려운 느낌을 불러낸다.  
 전시 제목의 ‘사이버네틱스’는 생물과 기계를 아울러 시스템 제어와 통신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생물과 기계를 통제대상으로 동일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백남준아트센터가 구정화·이수영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가 '디스토피아'를 내걸지 않은 것도 그래서로 보인다. 서진석 관장은 "기계도 주체이고 인간도 주체"라고 말했다. 전시자료에는 백남준이 1965년 발표한 '사이버네틱스 예술' 선언이 인용된다. 사이버네이티드, 즉 자동화되어가는 삶에서 겪는 좌절과 고통은 사이버네이티드된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보려는 것은 아직까지 기술이 불완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시장에 선보인 인간과 로봇,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 역시 암울하지만은 않다. 국내 2인조 작가 ‘다이애나 밴드’의 ‘손에 폰 잡고:광장연습’은 재기발랄하다. 여러 사람이 각자 스마트폰으로 특정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한 사람의 말을 동시에 전파하는 다중적 확성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비롯, 이번 전시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미술작업에 참으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면면 역시 보여준다. 유기체의 사용은 물론이고 관람객이 머리에 장치를 쓰면 뇌파의 집중력을 측정해 선택적으로 화면을 보여주거나(황주선 작가의 '마음!=마음'), 픽셀 대신 메타픽셀을 보여주는 카메라를 만들어 응용하기(국내 2인조 작가그룹 프로토룸의 '메타픽셀 피드백')도 한다.
 문제는 각 작품의 기술적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그래서 이를 통해 작품이 보여주려는 바를 직관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때로는 꽤 어렵고 난감하다는 것이다. 쉽고 친절한 전시라고는 부르기 힘든 이유다. 전시장에는 '로봇/피플' 등 백남준의 작품도 자리했다. 11월 5일까지. 
백남준 '로봇'사진=이후남 기자

백남준 '로봇'사진=이후남 기자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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