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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동훈의 노인과 바다(2) 10m 바다 속서 만난 해파리떼 황홀경

중앙일보 2017.07.25 04:00

바닷속으로 다이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은퇴자가 많다. 변명이다. 스킨스쿠버는 70대든, 80대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숨을 쉴 수 있는 한 가능하다. 실제 은발의 다이버가 흔하다. 스킨스쿠버는 스포츠라기보다 관상이나 산책에 가까운 평생 레저다. 바다의 속살을 담은 수중사진은 레저로서의 묘미를 한껏 더해준다. 산업잠수사이자 스킨스쿠버강사인 필자가 한 번도 바닷속에 가보지 않는 독자를 위해 스쿠버의 시작에서 수중사진 촬영까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쓴다. <편집자>

 
 
경북 울진에서 만난 수만마리의 보름달해파리 떼.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경북 울진에서 만난 수만마리의 보름달해파리 떼.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직경 25~40cm 독없는 생물
떼로 만나기 쉽지 않아
사진은 자연광 활용하고
플래시는 약간 노출부족으로

해파리에 대한 연상은 사람마다 여러 가지다. 중국 음식 매니어라면 양장피가 떠오를 수 있다. 한식을 좋아한다면 해파리냉채쯤 되겠다. 해변에서 해파리에 쏘인 경험이 있는 해수욕객이라면 '독'이나 '래시가드(수상스포츠를 할 때 입는 기능성 운동복)'가 연상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직원이라면 종종 원자로 흡수구를 틀어막는 성가신 이물질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해파리는 그냥 그렇게 태어날 뿐이다. 사람은 늘 다른 생명체의 삶의 방식에 대해 건방질 정도로 자의적이다.
 
 
해파리냉채 [중앙포토]

해파리냉채 [중앙포토]

 
세계 대부분 바다에서 해파리를 만날 수 있다. 약 200여 종이 있다고 한다. 해파리의 몸은 94~98%가 물이다. 해안가에 떠밀려 온 큰 해파리를 보았을 것이다. 뭍에 올라오면 몸에서 물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물속에선 그보다 수배에서 수십 배 더 크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해파리는 촉수와 구엽을 가지고 있다. 이것에 있는 자포(일종의 독 캡슐)로 미세한 독을 담은 침을 쏘아 동물을 마취시킨 뒤 잡아먹는다. 해파리에 쏘였다는 건 이것에 당한 거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나타난 대형 노무라입깃해파리 [중앙포토]

해운대 해수욕장에 나타난 대형 노무라입깃해파리 [중앙포토]

 
해파리는 수온이 오르는 여름철에 개체 수가 급증한다. 한때 해파리 개체 수가 너무 빨리 증식해 전 세계 바다를 해파리가 지배할 거란 '해파리 지배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아직 해파리가 바다의 지배자는 아니고, 그 이론도 힘을 잃었다. 
 
그러나 실로 해파리의 생명력은 강하다. 용존 산소량이 1ppm만 되어도 해파리는 살 수 있다. 물고기는 4ppm 이상은 되어야 살 수 있으니, 바다 수질이 나빠지면 해파리만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황소보다 큰 ‘노무라입깃해파리’ 
 
동해안에서 다이빙하다 보면 해파리 때문에 놀라는 경우가 흔하다. 한창 바닷속에서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툭툭 친다. 고요한 바다에 함께 뛰어든 버디(다이빙 짝꿍)인 줄 알고 뒤돌아보면 황소보다 큰 크기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쿡쿡 밀고 있다. 거대한 생명체지만 동해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덩치만 큰 이런 놈은 그저 귀엽게 보고, 제 갈 길을 열어주기만 하면 된다. 독이 강한 해파리도 있다. 촉수가 손이나 목 등 노출된 피부에 닿으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프다. 어떤 다이버는 해파리에 쏘여 당황한 나머지 긴급출수를 하거나 패닉에 빠지거나 정신을 잃는 일도 있다.  
 
수년 전 경북 울진에서 ‘보름달물해파리’ 떼를 만났다. 기구해파리목 느룹나무해파리과에 속하는, 몸통 지름이 25~40cm쯤 되고 온몸이 투명한 생물이다. 바다 밑에서 보름달물해파리를 올려다보면 햇살을 받아 아름답고 둥글게 반짝인다. 그 모양이 보름달을 닮았다. 조명으로 보름달물해파리를 비춰 촬영하면 몸속 내부가 훤히 드러난다. 큰 원 안에 네 잎 클로버 같은 내장 모양이 선으로 드러난다.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놈이라 독은 없다. 
  
 
경북 울진에서 만난 수만마리의 보름달해파리 떼.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경북 울진에서 만난 수만마리의 보름달해파리 떼.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물 속에서 만난 보름달물해파리는 상당히 귀엽다. 물밖으로 나오면 축 늘어져 젖은 비닐봉지처럼 보일 수 있다. 물 속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부드러운 재질의 고무공같은 느낌을 준다. 한 마리만 있으면 그저 그런 흔한 만남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수만 마리를 동시에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남이 감동으로 이어진다. 물반 해파리반이다. 손을 휘저으면 해파리가 다이버를 비벼댄다. 물론 이들은 어딘가를 가는 중에 사람이라는 방해물을 만난 것 뿐이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 앞 바다서 해파리떼 만나
 
그 날, 해파리떼를 만난 건 완전한 우연은 아니었다. 경북 울진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발전소 원자로를 식힌 바닷물은 수온이 높다. 다른 곳보다 바다생물이 살기 좋은 조건이다. 발전소에선 특정 시기에 한 번씩 대규모 해파리떼에 막힌 입수구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울진 앞 바다에 갔을 때 해파리떼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다이버는 보통 하루에 2~3회 다이빙을 한다. 첫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가던 중, 어떤 수중촬영가가 수심 10여 m에 대량의 해파리떼를 만났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망망대해에서 그가 지정한 위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선장은 대략 눈대중으로 위치를 짐작한 뒤 귀항했다. 다이버들은 서둘러 공기탱크를 다시 실었다. 사실 다이빙 뒤 휴식시간이 필요했지만 그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수만마리 보름달물해파리떼는 만나기 어려우니 사진으로 남아 있는 것도 흔치 않았다.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수중사진가로서 흔치 않은 기회다. 수심 15m 아래에서 해파리를 촬영하면 피사체인 해파리만 촬영할 수 있다. 조명을 해파리에 비추면 주변은 짙은 푸른색으로 나온다. 수심 10여 m는 햇살을 휘감은 해파리떼를 촬영할 좋은 기회다.
 
선장은 노련했다. 눈대중으로 짐작한 위치로 배를 몰았다. 경험많은 다이버가 바다 속을 주시했다. 선수에서 부서지는 물결로 인해 바다 속을 보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당일 물색이 맑았다. 배가 천천히 선회하던 중 한 다이버가 외쳤다. "여기다! 해파리!" 흥분한 다이버들이 헤드퍼스트(머리부터 입수하는 자세)로 물에 빠져들었다.  
 
식재료 정도로만 생각했던 다이버는 해파리떼를 보는 순간 황홀경에 빠졌다. 다이버는 저혼자 해파리와 놀았다. 수심 12m. 여기서 밝은 색의 해파리를 촬영하려면 일반적인 수중촬영과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Nikon D300 Nikkor 10.5㎜. F7.1 1/125 YS D1×2. ASA 200. 경북 울진 나곡수중 리조트 [사진 박동훈]

 
스트로보(플래쉬)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스트로보 광이 강해 해파리 몸체에서 난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치 대머리에 조명을 비추면 형상이 깨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해파리 형체가 깨지면 그 사진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럴 때는 해파리에 노출을 맞춰준다. 노출은 한 스텝 정도 낮게 조정한다. 살짝 노출 부족 상태면 좋다. 
 
수심이 옅은 만큼 최대한 자연광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촬영하면 모델의 얼굴색이나 입고있는 슈트와 장비 등에 제 색감이 살지 않는다. 물속에선 가시광선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을 보완하는 정도로 스트로보를 최대한 먼 위치에서 약하게 모델을 향해 발광한다. 모델의 얼굴색과 장비에게 제 색만 찾아주는 기분으로 가볍게 터치하듯 스트로브를 사용하면 된다.
 
박동훈 스쿠버강사·직업잠수사 sealionking00@daum.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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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박동훈 스쿠버강사. 직업 잠수사 필진

[박동훈의 노인과 바다] 전직 디자이너. 바다가 좋아 산업잠수사와 스킨스쿠버 강사로 활동 중. 나이가 들어 바다 속으로 다이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건 변명이다. 스킨스쿠버는 70대든, 80대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숨을 쉴 수 있는 한 가능하다. 또 수중사진은 스쿠버의 묘미를 한껏 더해준다. 스쿠버의 시작에서 수중사진 촬영까지, 그 길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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