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늘려야 할 공무원은 늘려야

중앙일보 2017.07.25 02:17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전남 여수검역소 지형진(43) 검역관은 24일 오전 세관의 고속정을 타고 20분 먼바다로 나갔다. 정박 중인 중국에서 온 탱크선에 도착했다. 10m 높이의 줄사다리를 타고 배에 오른다. 순간 3년 전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 탱크선이 움직이면서 바닷물에 빠져 익사할 뻔했다. 고속정과 탱크선에 끼었으면 온몸이 으스러졌을지도 모른다.
 
배에 올라 선원의 체온을 재고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화장실·도마·칼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이날 밤을 새웠다. 밤 11시~새벽 5시에 배가 많이 들어왔다. 밤샘 후 25일 바로 또 다른 배에 오른다. 어떨 때는 현기증이 난다. 28일도 밤새우고 토요일엔 정상 근무한다. 금주에 80시간을 일한다. 13년째 이 생활이다. 그는 “보건 안보의 최일선을 지켜야죠”라면서도 “밤샘 후 쉬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의료급여사례관리사 박진영(38)씨는 장씨 할아버지(72)를 한 요양병원에서 14개월 만에 빼서 양로원으로 옮겼다. 병원 측이 치매 환자로 둔갑시켜 2500만원의 건보 재정을 축낸 사실도 밝혀냈다. 양로원에 가는 날 장씨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씨와 같은 사례관리사(503명)는 의료급여 환자의 사회적 입원과 ‘의료 쇼핑’, 약물 중복 복용 등을 관리한다. 박씨는 요양병원에서 “공무원도 아닌데 웬 행패냐”는 저항을 받고 쫓겨나다시피 한 경우가 잦다. 개인 의료기록을 조회하는 업무 등 공무원 역할을 하지만 신분은 구청 소속 민간직이다.
 
지난해 의료급여 예산은 6조7000억원. 매년 급증하면서 누수도 심하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사례관리사 덕분에 2014년 68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의료급여관리직이라는 공무원 직렬을 신설해야 한다”고 최근 말했다. 공무원 증원 논란 탓에 최근 추가경정예산에서 검역관 증원(360명 요청)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면? 인천공항은 입국자를 6곳에 모아 검역한다. 갑자기 비행기가 들어오면 놓칠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추경에 의료급여관리사가 96명 늘었지만 지금 같은 민간인 신분일 뿐이다.
 
공무원을 구조조정해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대신 늘릴 데는 늘려야 한다. 방역 최전선에 구멍이 뚫리면 메르스 같은 재앙이다. 예산 최전선의 구멍도 후세대에 재앙으로 돌아갈 것이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