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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7년 전과 달라진 것

중앙일보 2017.07.25 02:08 종합 30면 지면보기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6월 말 류샤오보(劉曉波)가 간암 말기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 브리핑 룸이 외신기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류의 용태와 해외출국 치료 허용 여부에 대한 질문·답변들은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에 일절 게재되지 않았다. 질문 자체에 중국 일반 국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소식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류샤오보가 숨진 다음날 한 기자가 참았던 질문을 했다. “다른 질문은 다 올리면서 류샤오보 관련 질문만 삭제하나.” 대변인은 이렇게 받아쳤다. “당신은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사로 쓰냐.”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 성어가 이래서 중국에서 나왔구나 싶었다.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劉霞)는 공안요원들과 함께 윈난(雲南)으로 ‘강제여행’을 떠나야 했다. ‘불순’세력과 연락하거나 추모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조치였다.
 
류샤오보 사망과 중국의 필사적인 통제를 지켜보며 필자는 7년 전 화제가 됐던 중국 신문의 보도를 떠올렸다. 2010년 12월 12일자 남방도시보는 ‘장애인아시안게임 광저우에서 개막’이란 1면 톱 제목 아래 개막식에 등장할 다섯 마리의 학 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의 실제 주인공은 학이 아니라 그 뒤에 놓인 빈 의자였다. 전날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주최 측은 참석하지 못한 류샤오보를 대신해 빈의자 위에 상패를 올려 놓았다. 남방도시보의 사진은 고도의 은유로 검열을 뚫고 류의 수상 소식을 전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사진의 주인공인 학(鶴)은 중국어로 읽으면 하(賀)와 발음이 같아 류의 수상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편집자의 교묘한 의도는 인터넷을 타고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필자는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 몰라 중국 신문들을 유심히 살폈다. 비슷한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 버렸다. 중국의 한 기자는 “그건 7년 전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 통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강화됐고 그 탓에 신문사를 그만두는 기자도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7년 사이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비약적으로 세진 중국의 국력에 비례해 중국의 목소리도 커졌다. 힘이 커지면 자신감이 붙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여유도 생길 만한데 중국의 언론 현실은 그 반대다. 세계인이 다 아는 일을 중국인만 모르는 현상이 엄연히 21세기 정보화 시대, 그것도 네티즌만 7억 명을 헤아리는 인터넷 대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실관계에서부터 통제를 받으니 다양한 여론이 생길 수 없다. 최고 지도자에서부터 말단 공무원,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만 내는 중국의 여론을 보며 이따금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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