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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 치매노인 침수 사망 … “재난문자, 119 출동 다 늦었다”

중앙일보 2017.07.25 01:10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에 시간당 110㎜ 가 내려 침수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모(95)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병원으로 후송 중 숨졌다. 사진은 물이 빠진 채 방치된 이씨 집안 내부. 임명수 기자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에 시간당 110㎜ 가 내려 침수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모(95)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병원으로 후송 중 숨졌다. 사진은 물이 빠진 채 방치된 이씨 집안 내부. 임명수 기자

“지난번에 이사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물 허리 높이 찬 뒤에야 재난문자
119 신고 30분 만에 구조대 도착
주민 “인근 배수펌프도 작동 안 해”
인천시 “비 많이 쏟아져 속수무책”

24일 오전 8시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침수 피해 현장. 전날 오전 시간당 110mm가 내려 침수된 반지하 집을 바라보던 주민(70·여)의 말이다. 문제의 반지하 집은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이모(95)씨가 침수 피해로 숨진 곳이다.
 
이씨는 5년 전부터 전세 2200만원에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사할 돈이 부족해 계속 거주했다고 한다.  
지난 23일 오전 시간당 110㎜가 내리면서 침수피해가 난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반지하.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인이 침수로 숨졌다. 사진은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전기점검에 나서는 모습. 임명수 기자

지난 23일 오전 시간당 110㎜가 내리면서 침수피해가 난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반지하.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인이 침수로 숨졌다. 사진은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전기점검에 나서는 모습. 임명수 기자

이 반지하 집을 비롯해 지난 23일 인천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주변 15개 주택 30여 개 반지하에 모두 물이 가득 찼다. 이씨 외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과 가구 대부분을 버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천시는 침수된 2345세대 중 80%가 반지하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인재(人災)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119의 늑장 출동과 대응, 배수펌프장의 미작동을 이유로 거론한다.
 
이씨의 윗집에 살던 최희현(50·여)씨는 “(숨진 이씨의 부인인 80대) 아래층 할머니가 오전 9시15분쯤 올라와 ‘집에 물이 찼다. 아들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오셨다”며 “남편이 곧바로 내려갔다가 물이 허리까지 차 다시 올라와 119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3일 오전 시간당 110㎜가 내려 침수피해를 입은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한 주민이 24일 오전 전날내린 비로 물로 찬 곳을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23일 오전 시간당 110㎜가 내려 침수피해를 입은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한 주민이 24일 오전 전날내린 비로 물로 찬 곳을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최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소방대원들의 출동 사진과 통화 기록, 재난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당시 가까스로 119에 연결됐는데 상당히 늦게 도착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119의 늦은 출동으로 인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119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1분이다. 최씨가 남편의 말을 듣고 119에 신고한 오전 9시28분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이다.
 
그는 “남편이 다시 내려가 옆집 아저씨와 할아버지를 구하는 중인 오전 9시24분에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재난 안전문자가 왔다. 지하층 집에 물이 허리만큼 차오른 뒤에야 재난문자가 왔다”고 증언했다.
 
23일 오전 9시24분 국민안전처가 인천시민들에게 보낸 재난안전문자. [사진 휴대전화 캡처]

23일 오전 9시24분 국민안전처가 인천시민들에게 보낸 재난안전문자. [사진 휴대전화 캡처]

주택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구월배수펌프장도 작동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주민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 강대식(74)씨는 “오전 9시쯤 물이 갑자기 불어 종아리까지 찼을 때 배수펌프장에 가봤더니 빨간색(미작동)이 들어와 있었다”며 “배수펌프장이 가동되지도 않았고 인기척도 없이 컴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 하수도시설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강수량이 50mm 이상인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어제(23일)의 비는 시간당 100mm 넘게 쏟아져 속수무책이었다”고 해명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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