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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2) 제멋대로인 직원 휘어잡으려면...

중앙일보 2017.07.23 04:00

은퇴 이후엔 생활 전역에서 당혹스런 일들에 부딪힌다.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마다 협상을 잘 해내야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가 들려주는 성공 전략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레스토랑 김 사장, 유독 쉐프에게 끌려다녀
쉐프 대신할 최선의 대안 부족이 문제
대체불가능한 식당은 어떻게 해도 '슈퍼울트라甲'

대기업 은퇴 후 집 근처에다 꿈에 그리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오픈한 김 사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에 친절한 서비스까지, 여기에 맛깔나는 파스타가 소문이 나면서 개업 6개월 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는 단호박 치즈 파스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여기에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이 어우러져 젊은 여성 고객이 많이 찾는다. 이제는 각종 블로그와 SNS 상에 널리 알려져 주말에는 먼 곳에서도 이 메뉴를 맛보기 위해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지인들은 대기업 은퇴 후 성공적으로 제2의 삶을 사는 김 사장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김 사장은 메인 쉐프인 박 쉐프와의 갈등으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김 사장은 메인 쉐프와 보조 쉐프를 포함해 모두 6명 직원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직원들과는 비교적 원만하게 지내는데, 유독 박 쉐프는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다른 직원들보다 월급도 월등히 많고, 근무시간, 유급휴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배려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박 쉐프는 항상 불만거리를 찾아내 투덜거린다. 다른 5명의 직원과는 달리 김 사장이 박 쉐프에게는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이렇게 끌려다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협상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밀, BATNA.
 
 
[사진 Freepik]

[사진 Freepik]

 
보통 사람들은 협상력이 자신의 경제력이나 정치력, 인맥, 외모 등의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호 간 협상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다. 
 
배트나는 '이번 협상이 결렬되었을 경우에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란 의미의 협상학 용어다. 해당 거래가 결렬되었을 때 각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대안이 확보되어 있는 지에 따라 협상의 승패가 좌우된다. 
  
다시 김 사장의 예로 돌아가자. 김 사장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6명의 직원 중 나머지 5명은 김 사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BATNA를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사장은 굳이 직원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그러나 메인 쉐프는 다르다. 김 사장의 레스토랑은 규모가 크거나 이름이 알려진 곳이 아니다. 근무지가 서울이 아니라 일산이라는 점도 실력 있는 쉐프들이 선호할만한 조건이 아니다. 특히 현재 근무하는 박 쉐프가 개발한 단호박 치즈 파스타는 박 쉐프 이외에는 제대로 된 맛과 비주얼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박 쉐프가 일을 관두면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박 쉐프 본인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즉, 김 사장 입장에서는 박 쉐프가 일을 그만뒀을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더 매력적인 BATNA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에 부닥쳐있다. 그러나 박 쉐프는 김 사장과 일을 하지 않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매력적인 BATNA들이 적지 않다. 결국 김 사장과 박 쉐프가 보유한 BATNA의 차이로 협상력의 차이가 결정났다.
 
BATNA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협상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은 단순하다.  
 
▶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매력적인 BATNA를 확보하라.
▶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대체할 수 있는 BATNA를 찾기 힘들게 하라.  
 
이런 관점에서 본 다면 김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어떻게든 박 세프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있는 다른 세프를 찾아내든가, 아니면 박 세프가 선뜻 포기하기 어려운 파격적 대우를 해주든가다. 비즈니스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BATNA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협상력의 차이를 수도 없이 겪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대학가에는 “싸가지 없는 맛집”들이 있다. 필자가 대학생활을 할 때도 대학로 주위에 기가 막힌 닭볶음탕집이 있었다. 이 닭볶음탕집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학생들이 들어와도 본체만체한다. 뭘 주문할 건지 묻지도 않는다. 본인 마음대로 적당량의 닭볶음탕을 요리해서 내어온다. 물론 물, 반찬 등은 모두 셀프다. 할머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 가면 경상도 특유의 걸쭉한 욕지거리도 들을 각오를 해야한다.
 
 
닭볶음탕 [중앙포토]

닭볶음탕 [중앙포토]

 
그럼에도 학생들은 꾸역꾸역 그 집에 가서 닭볶음탕을 먹는다. 할머니 눈치를 살피며 불편하게 닭볶음탕을 먹어야 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학생들이 이 집에 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맛에 있어서 만큼은 이 닭볶음탕집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체불가능한 존재다.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들, 잘 팔리는 것들의 공통점은 바로 ‘대체불가능성’에 있다. 협상학적으로 설명하자면 ‘BATNA를 찾기 힘든 존재’들은 필연적으로 ‘슈퍼울트라甲’이 될 수 밖에 없다.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 yoolbonlaw@g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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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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