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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에도 장마당 효과? 북 3.9% 성장, 17년 만에 최고

중앙일보 2017.07.22 01:01 종합 8면 지면보기
대북제재 국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서 지난해 북한 실질 GDP가 2015년보다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수출 석탄 등 광물 값 오르고
김정은 체제서 장마당 2배로 늘어
기업 자율권 확대 효과도 본 듯
교역 65억5000만달러로 4.7% 증가

1999년 6.1% 이후 17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산업별로는 광업(2015년 -2.6% → 2016년 8.4%)과 제조업(-3.4%→ 4.8%), 농림어업(-0.8%→ 2.5%), 전기·가스·수도업(-12.7%→ 22.3%)의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2015년까지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북한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건 ‘기저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나빴던 성적표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성장률 수치가 크게 뛰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은이 추정한 북한의 실질 GDP 성장률은 7년간 -1.1~1.3% 사이에서 움직였다.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 신승철 국민소득총괄팀장은 “가뭄 등 부정적 요인이 완화된 데 따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며 “2015~2016년 연평균 성장률은 1.3%로 1%대 초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좀 더 분명하고 빠르게 성장 중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내 내수 산업과 건설업이 크게 활성화했고 민간 투자도 대폭 늘어 실제 경제성장률은 5%를 넘어선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중국 내 광물 수요가 많았고 석탄 등 광물 가격이 2015년보다 올라 북한이 광물 수출 효과를 누렸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들어 수출 제재가 있었지만 민생 목적의 수출은 허용됐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북한 경제를 일으킨 가장 큰 동력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 활성화다. 북한의 장마당은 개인이 돈을 벌 수 있는 사설 시장으로 김정은 집권 후 200개에서 400개로 늘었다. 조 부소장은 “지난해 장마당이 활성화하면서 북한 내 생산 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졌고 독립채산제로 기업의 경영 자율성도 커졌다”고 전했다. 독립채산제는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 경영은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제도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4년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해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했다.
 
남북교역 규모는 크게 곤두박질쳤다. 2015년보다 87.7% 감소한 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내려진 뒤 제품 등의 반출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65억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수출(28억2000만 달러)과 수입(37억3000만 달러)이 고루 늘었는데 동물성 생산품을 많이 수출했고 식물성 생산품, 섬유류를 많이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8%였다. 한은은 “북한 경제지표는 우리나라의 가격,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산출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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