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지병 등으로 숨진 뒤 4개월만에 발견된 윤모(61)씨의 약봉지. [송봉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1/1bb23438-8121-4144-a845-b43bd45f13be.jpg)
지난 6월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지병 등으로 숨진 뒤 4개월만에 발견된 윤모(61)씨의 약봉지. [송봉근 기자]
경비원으로 일하던 한씨는 3년 전 실직한 이후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 6개월 전 모친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고부터는 혼자 생활해 왔다.우울증·알코올중독이 있던 한씨가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대부분 알코올중독·우울증 등 앓아
1인가구, 네 집에 한 집꼴 늘었지만
소득은 다인가구의 절반에 그치고
5명 중 1명이 급할 때 도움 못 받아
최근 자주 발생하는 ‘고독사(孤獨死)’의 한 사례다. 고독사는 가족·친척·사회에서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경우를 말한다. 법률·행정용어가 아닌 사회 통념상 용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핵가족화·개인주의화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과거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집중됐던 고독사는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청·중·장년층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혼자 외롭게 살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혼살혼죽' 현상이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19일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된 윤모(61)씨의 고독사 사례.
중앙일보 취재팀은 부산에서 6~7월 두 달 동안 발생한 고독사 13건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사망자 13명(남자 12명, 여자 1명)의 나이분포는 40대 2명, 50대 2명, 60~64세 3명, 65세 이상 6명이었다. 40~50대가 30%를 차지하고 64세 이하가 절반을 넘었다.
13명 가운데 2명은 기혼, 나머지 11명은 이혼·미혼이었다. 기혼자 2명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홀로 살아왔다. 사망자 13명은 대부분 간경화·알코올 중독·우울증 같은 질환을 앓고, 자녀가 있더라도 연락을 끊고 산 공통점이 있었다. 아울러 13명 가운데 9명은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거나 기초연금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 19일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된 윤모(61)씨가 살던 부산 동구 초량동 K빌라의 내부. [이은지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1/4e5f75a7-8ae0-40e6-ac97-5047db2ea760.jpg)
지난 6월 19일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된 윤모(61)씨가 살던 부산 동구 초량동 K빌라의 내부. [이은지 기자]
이 같은 고독사는 최근 전국적으로 1년에 1000여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일 뿐 아니라 이미 ‘고독사 사회’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에 통계조차 없다. 고독사를 ‘통계없는 죽음’이라 부르는 이유다. 정부가 심장질환 등 사망 원인별로 사망자 통계를 잡지만 의료적으로 ‘고독’은 사인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계가 없는 만큼 고독사의 정확한 개념도 정의되지 않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1/16d0d713-df86-45a3-bce4-e2d6f6501bc8.jpg)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인구통계로 추정할 때 연간 전국적으로 1000명 이상의 고독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부산에서 고독사한 108명은 40대 20명, 50대 45명, 60대 이상 39명으로 50대가 가장 많았다.
송인주 서울시복재재단 연구위원은 “KBS가 경찰청의 변사사건 3만여건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무연고 사망자 1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2013년 한해 서울 162명 등 전국적으로 1717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1717명은 50대 499명, 60대 305명, 40대 292명, 70대 157명, 20대 32명 순이었다. 역시 50대가 가장 많았다. 송 연구위원은 “65세 이상 노인과 달리 40~50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이상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연구위원은 “실직·파산한 40~50대가 지병이 있는데도 술을 많이 마시며 혼자 살 경우 고독사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국 1인 가구비율과 장래 변화추이.
앞으로 고독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6%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0년 23.9%, 2016년엔 ‘네집 중 한집 꼴’인 27.6%로 증가했다.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또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수 대비 2005년 17.3%, 2010년 18.5%, 2015년 18.4%로 증가했다. 2016년엔 전체 노인 708만명 가운데 18.9%인 134만명이 독거노인으로 조사됐다. 독거노인은 2035년이면 전체 노인 1518만명 가운데 19.8%인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1/638e4418-06e8-4fcf-af08-01ac19a902f6.jpg)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등이 최근 부산지역 900여 명의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77만원으로 전국적으로 다인가구 평균(325만원)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또 1인가구의 2명 가운데 1명은 우울·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5명 가운데 1명은 급할 때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름이 부산여성가족개발원장은 “소득·주거·건강·대인관계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1인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접근 등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 처리 현황
정부가 화장 처리하는 이들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 치를 비용을 남기지 못할 만큼 빈곤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고독·무연사는 홀로 살다가 홀로 죽는 ‘혼살혼죽’시대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고독·무연사는 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이미 사회문제로 다룬다. 일본은 고독사 노인의 뒷수습을 보험사가 대신해주는 ‘고독사 보험’이 2011년말 출시됐을 정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무연사는 2012년 698명, 2013년 894명, 2014년 914명, 2015년 124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무연사는 서울과 경기도가 2012년 247명과 87명, 2013년 285명과 138명, 2014년 299명과 162명, 2015년 338명과 204명으로 타 시·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도시일수록 무연사가 많은 것이다.
무연사는 2015년 남자 931명, 여자 220명, 미상 94명일 정도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다. 고독사와 비슷한 현상이다. 고독·무연사가 늘면서 망자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업체가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수십여개 등록돼 있다.
고독사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와 정부의 대책은 미비하다.
복지부는 2016년 현재 65세 이상 독거노인 134만 명 가운데 22만5000명에게만 생활관리사가 주 1회 방문, 주 2회 전화를 하는 안전확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독거노인 가운데 본인이 원하는 취약계층에게 안전확인 서비스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9일 고독사해 4개월만에 발견된 윤모(61)씨 집 내부. [송봉근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1/14fbeaff-4552-4582-98ef-208b28ca99a2.jpg)
지난 6월 19일 고독사해 4개월만에 발견된 윤모(61)씨 집 내부. [송봉근 기자]
서울 강남구는 최근 청·장년 고독사 예방대책을 마련해 대상자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대상은 1인가구 청·장년 7만여명 중 고시원·원룸·다세대주택 지하층 등에 사는 취약계층이다. 이들에게는 음성메시지 전송후 수신상태 확인,야간 안부 확인서비스 등을 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홀로 사는 가구에 정부 예산 등으로 신문구독을 해주는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신문이 며칠째 쌓여 있을 경우 고독사 등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고독사한 사람은 대부분 질병을 가진 저소득층이다. 건강보험 데이터 등을 복지부와 행정기관·민간이 공유해 건강취약 계층을 우선 보살피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옆집에 사는 사람의 배려와 관심 없으면 고독사는 더 심해 질 것”이라며 “타인과 교류하고 홀로 사는 주민의 안부를 살피는 구심점 역할을 할 동네의 작은 가게를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