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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희귀병 환자 아빠, 복지부 장관 청문회 선 사연은

중앙일보 2017.07.19 14:43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자녀를 둔 이인재 참고인(오른쪽)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자녀를 둔 이인재 참고인(오른쪽)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 '참고인' 명패가 올려진 자리에 앉은 이인재(56·서울 종로구)씨는 매우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에 적힌 글을 열심히 되뇌었다. 이 자리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였다. 그는 이날 청문회 참석자 중 유일한 참고인이었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 환자 아빠 이인재씨
정의당 윤소하 의원 권유로 18일 '참고인' 참석
박능후 장관 후보자에게 중증질환 사연 소개

아들, 매일 18가지 약 먹고 몸엔 호스 달고 생활
병원비만 1억4000만원…의료품에 매달 200만원 써

"중증질환 환자 가정,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전락"
"어린이 치료비만큼은 국가에서 책임져 줬으면"
박 후보자 "제 마음도 무거워…현재 안전망 미약"

  국정감사도 아닌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이 불려 오는 것은 매우 드물다. 이씨를 여기 오게 한 것은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었다. 청문회가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윤 의원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참고인을 모셨다"며 이씨를 소개했다. 
 
희귀병인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이승영(3)군이 이란성 쌍둥이인 승연양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승연양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 [사진 이인재씨]

희귀병인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이승영(3)군이 이란성 쌍둥이인 승연양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승연양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 [사진 이인재씨]

  이날 이씨에 따르면 그는 3년 전 이란성 쌍둥이로 아들·딸을 낳았다. 남들보다 늦게 본 늦둥이였다. 생후 5개월 차에 아들이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이란 유전성 희소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됐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감기만 걸려도 생명이 위험한 병이다.
 
  크고 작은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골수이식도 두 번이나 했다. 3번의 힘든 고비를 넘겼다. 혹여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싶어 이름도 바꿨다. 아들은 종현에서 승영(承泳)으로, 딸은 이설에서 승연(承衍)으로 개명했다. 아이들의 이름엔 공통으로 '이을' 승(承)자를 넣었다. 
 
  승영이는 매일 약을 18가지 먹는다. 목과 배에 구멍을 뚫어 호흡과 식사를 돕고 있다. 숨 쉴 수 있도록 가래도 항상 빼줘야 한다. 지금도 입·퇴원을 반복한다. 이달에도 일주일간 입원했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이승영(3)군. 배와 목에 호스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호스를 고정하기 쉬운 환자복을 입고 있다. [사진 이인재씨]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이승영(3)군. 배와 목에 호스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호스를 고정하기 쉬운 환자복을 입고 있다. [사진 이인재씨]

  지금까지 나간 치료비는 병원비만 1억4000만원. 이와 별개로 집에서 의료소모품비로 매달 170만~250만원을 쓰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나 다름없다.
 
  국회에 제출된 참고인 안내문에 그의 직업은 '무직'으로 적혀 있었다. 아이를 24시간 챙기다 보니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씨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여러 사회단체와 개인 독지가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 부모님 명의의 집을 처분한 뒤 작은 집에 이사해 그 차액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가정이든 중증질환자가 있으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자녀를 둔 이인재 참고인(오른쪽 마이크 든 이)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박 후보자(왼쪽)가 고개를 돌려 참고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자녀를 둔 이인재 참고인(오른쪽 마이크 든 이)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박 후보자(왼쪽)가 고개를 돌려 참고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후보자는 이 같은 사연을 듣다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기도 했다. 윤 의원이 소감을 묻자 박 후보자는 "제 마음까지도 어둡고 무겁다. 희귀난치성 고액 진료비에 따른 가정 파탄의 전형적인 예인데, 현재 우리 제도로서는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 오전 일정이 마무리될 무렵 이씨는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의 양해를 구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복지부 종사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증질환자는 퇴원해서 집에 있어도 의료소모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소모품도 병원 처방으로 보험 적용을 받게 해주세요. 어린이 치료비만큼은 국가에서 책임져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이승영(3)군. 희귀병이라 치료 방법이 사실상 없어 죽을 고비도 3번이나 넘겼다. [사진 이인재씨]

중증복합면역결핍증을 앓는 이승영(3)군. 희귀병이라 치료 방법이 사실상 없어 죽을 고비도 3번이나 넘겼다. [사진 이인재씨]

  이씨는 이날 청문회장을 나와 바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과 장관 후보자 앞에 선 소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았어요. 청문회를 나오면서 좀 아쉽긴 했어요. 승영이가 병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같이 얘기할 때가 많아요. 워낙 소모품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그런 비용도 좀 줄여주고 아이들 입원비는 국가에서 보장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죠. 제 얘기가 뉴스로 나가면 좋은데, 나가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부에서 희귀질환 아동을 위해 100%는 아니더라도 5%, 10%라도 부담을 줄여주면 좋겠어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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