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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힐만씨 리더십을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2017.07.19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따뜻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세밀한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SK 트레이 힐만 감독. SK 인천구장의 감독실 벽에는 프로야구 9개 팀의 선수 구성표가 붙어있다. 힐만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영어로 적어놨다”고 말했다. [인천=김경록 기자]

따뜻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세밀한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SK 트레이 힐만 감독. SK 인천구장의 감독실 벽에는 프로야구 9개 팀의 선수 구성표가 붙어있다. 힐만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영어로 적어놨다”고 말했다. [인천=김경록 기자]

6위→5위→5위→6위.
 

SK 홈런 폭풍 이끄는 외국인 감독
매일 일관성 갖고 진심으로 얘기
존중하면서도 편하게 대해줘

출산휴가 챙기는 친구같은 리더
김보성으로 분장 등 팬 서비스도

야구선수 절대 사귀지 말랬는데
딸, 메이저리거 필립스와 교제

최근 4년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성적표다. 통합 우승(2007·08·10년)을 3차례나 차지했던 ‘SK왕조’의 영화는 옛날 이야기였다. 그랬던 SK가 올해는 달라졌다. 18일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홈런을 154개나 터뜨리면서 최고의 홈런 군단으로 거듭났다.
 
SK의 환골탈태를 이끈 건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54·미국)이다. 올해 SK 지휘봉을 잡은 힐만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지난해 말 계약 기간 2년 동안 총액 160만 달러(약 18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이 60만 달러(약 6억7000만원)로 10개 팀 감독 중 가장 좋은 대우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를 이끌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연봉은 5억원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박수를 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6.29/

트레이 힐만 감독이 박수를 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6.29/

 
힐만 감독은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2003~07년) 감독과 미국 캔자스시티 로열스(2008~10년) 감독을 지냈다. SK 감독까지 맡았으니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지도자가 됐다. 
 
그는 특유의 ‘젠틀맨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감독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스킨십을 한다. 그는 기록을 중시하는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한국야구 생활 7개월차, 힐만 감독이 말하는 한국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3일 인천 야구장에서 힐만 감독을 만났다.
 
2006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우승한 프로야구 니혼햄 선수들이 힐만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 [중앙포토]

2006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우승한 프로야구 니혼햄 선수들이 힐만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 [중앙포토]

전반기 성적에 대해 평가한다면.
“3위가 기쁘기는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압도적으로 1위에 올라있는 KIA 타이거즈가 인상적이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1위 팀이라도 페이스가 떨어질 때가 있다. 올해 잘 나가고 있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64승29패·승률 0.688)도 초반엔 좋지 않았다. 그런데 KIA는 4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성적이라서 놀랍다. 물론 우리도 1위를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야구를 직접 경험해 보니 어떤가.
“처음에 선수들이 나를 많이 어려워하는 게 아쉬웠다. 선수들에게 매일 일관성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감독이 자꾸 말을 바꾸면 선수들과 신뢰를 쌓기 힘들다. 지금은 선수들이 감독으로서 존중하면서도 편하게 대해준다.”
 
4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을 치고 힐만 SK 감독 가슴을 주먹으로 치는 정의윤. [사진 스카이스포츠 캡처]

4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을 치고 힐만 SK 감독 가슴을 주먹으로 치는 정의윤. [사진 스카이스포츠 캡처]

힐만은 친구같은 감독이다. 경기 전 배팅볼을 직접 던져주기도 하고,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몸을 아끼는 않는다. 정의윤이 부진하자 그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나를 쳐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정의윤은 지난 4월 중순 홈런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로 힐만 감독의 가슴을 쳐 화제가 됐다. 힐만 감독은 또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는 배우 김보성으로 분장하고 나오기도 했다. 그가 즐겨부르는 노래는 ‘연안부두’다.
 
지연·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래서 선수들과 더 빨리 친해진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선수들의 가족을 소중하게 여긴 것이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선수들은 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반은 가정에 있다. 그래서 선수들의 가족 대소사를 잊지 않고 챙기려고 한다.”
 
스캇 다이아몬드, 이대수 등 선수들에게 출산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는데.
“내 아이가 태어나는 건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경험이다. 그런 순간은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꼭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코치나 선수들이 출산휴가를 가지 않더라. 니혼햄에 부임하고 3년째가 되서야 선수들이 출산 일정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동시에 3~4명이 출산휴가를 떠난 적도 있다.”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데.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뉴욕 양키스나 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팀에서 지도자 수업을 했다. 최근 3년간의 세이버매트릭스 자료를 보고 선수들의 성향과 최근의 컨디션을 확인한 뒤 작전을 짠다.”
지난 5월 팬들 앞에 배우 김보성의 복장을 하고 나타난 힐만 감독. [중앙포토]

지난 5월 팬들 앞에 배우 김보성의 복장을 하고 나타난 힐만 감독. [중앙포토]

 
힐만 감독은 ‘데이터 야구’ 신봉자다. 잡아당기는 타자가 나오면 내야수들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수비 시프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타선은 변화무쌍하다.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정만 3번에 고정한 뒤 나머지 선수들의 타선은 유동적이다. 선수들 사이에 경쟁을 이끌어내 기량을 향상시키는 한편, 상대 팀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에너지를 주는 기버(giver)와 에너지를 가져가는 테이커(taker)다. 나는 전자에 가깝다. 화가 나도 잘 참는다. 화를 자주 내면 선수들이 내 눈치를 보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줘야 한다.”
 
한국 생활 중 힘든 점은 없나.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 만족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운전은 정말 힘들다. 빠르고 과격하게 운전하는 버스·택시·오토바이를 조심해야 한다.”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전이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진행됐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딸 브리아나, 부인 마리가 응원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인천=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6.08/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전이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진행됐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딸 브리아나, 부인 마리가 응원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인천=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6.08/

미국에 있는 아들과 딸은 SK 야구를 보나.
“대학 야구선수 출신인 아들은 한국야구를 챙겨보고 의견을 말해준다. 딸은 메이저리거 브렛 필립스(밀워키 브루어스)와 사귀고 있어서 야구에 관심이 많다. 야구선수와 절대로 사귀지 말랬는데….”
 
왜 사귀지 말라고 했나.
“야구를 하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내도 고생을 많이 했다. 딸은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랐다. 하지만 좋다는 데 어쩌겠나. 브렛이 바르고 전도유망한 청년이라 다행이다. 허허.”
트레이 힐만 감독은 …
 
생년월일 : 1963년 1월 4일 출신국가 : 미국
선수 경력 : 1985년 클리블랜드 내야수로 입단
(*마이너리그에서 3년간 162경기, 타율 0.179)
지도자 경력 :
1990~2001년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감독
2002년 텍사스 선수 육성 디렉터
2003~2007년 일본 니혼햄 감독
(*2006년 일본 퍼시픽리그·일본시리즈 우승, 5년간 351승323패·승률 0.521)
2008~2010년 캔자스시티 감독
(*3년간 152승207패·승률 0.423)
2011~2016년 다저스·양키스·휴스턴 벤치 코치 등
2017년 SK 와이번스 감독 (*17일 현재 3위)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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