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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지렛대로 무역협상 … 한국 먼저 겨냥한 트럼프

중앙일보 2017.07.14 01:45 종합 4면 지면보기
1박2일 일정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를리공항에 도착한 후 전용 의전차량 ‘비스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프랑스의 동맹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EPA=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를리공항에 도착한 후 전용 의전차량 ‘비스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프랑스의 동맹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정부가 한국을 ‘아메리카 퍼스트’의 과녁으로 정조준했다.
 

정상회담 12일 만에 청구서 왜
미국 무역적자 큰 나라 많지만
조속한 성과 위해 한국 고른 듯
재협상 반대 동맹파 반발 피하려
NAFTA와 달리 의회 보고 안 해

당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논의는 트럼프 정부가 현안으로 내걸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마무리된 뒤 진행될 후순위로 간주됐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현지시간) 협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공동위 특별세션 소집을 공식 요구함에 따라 한·미 FTA가 미국 정부의 속도전 과제임이 확인됐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연 뒤 12일 만에 날아온 속달 청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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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수치로 따지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최우선적으로 ‘손볼’ 대상이 아니다. 미국 통계청의 2016년 나라별 무역수지에 따르면 중국(3470억 달러), 일본(689억 달러), 독일(649억 달러), 멕시코(632억 달러), 아일랜드(359억 달러)가 대미 흑자 상위 5개국이고, 이어 베트남(320억 달러), 이탈리아(285억 달러), 한국(277억 달러)의 순이다. 한국은 여덟 번째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대부분의 나라들과 한국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북한이라는 실질적 안보 위협 때문에 무역협상에서도 한·미 안보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즉 가장 신속하게 ‘아메리카 퍼스트’의 성과를 올릴 대상으로 안보와 무역 이슈가 연동돼 있는 한국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무역 외 문제를 연계해 어느 하나를 지렛대로 쓰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협상에서 돌발 카드를 꺼내 흔들어 보이는 사업가식 전략이다. 중국을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것처럼 하며 양국 간 무역구조 개선을 요구하더니 미·중 정상회담 이후엔 통상 압박책을 만지작거리며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개정 요구는 NAFTA 재협상과 흐름이 다르다. 트럼프 정부는 NAFTA의 전면 재협상을 선언한 뒤 의회에 보고했다. 무역 협정을 전면 개정하려면 무역촉진법에 따라 협상 개시 90일 전 의회에 통보하고 30일 전엔 협상 목표도 공개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다음달 16일 이후에야 NAFTA 협상이 가능한 것은 이런 절차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한·미 FTA 자체 규정에 따른 공동위원회 특별세션을 요청하며 재협상이 아닌 ‘개정 및 수정(amendments and modifications)’을 요구했다. 한·미 FTA 수술을 위해 의회를 건너뛸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 부정적인 의회 내 동맹파 의원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한·미 FTA 자체 규정을 동원하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엔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유착설이 번지자 미국 국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다목적 카드로 한국을 겨냥했다는 얘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FTA 수정, 무역적자 축소, 이민 제한”이라며 “이를 내거는 정책은 국내적으로 몰려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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