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단독]4대강 바닥, 진흙 쌓이고 산소 고갈…물고기도 살기 어려워졌다

중앙일보 2017.07.12 10: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 5월 말부터 수위를 낮춘 영산강 죽산보.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5월 말부터 수위를 낮춘 영산강 죽산보. [프리랜서 장정필]

한강·낙동강 등 4대강 바닥에 진흙이 쌓이고, 이것이 썩으면서 저층의 산소 고갈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에서 건설된 보 때문에 강물 흐름이 느려져 강바닥에 플랑크톤 사체 등이 쌓인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4대강의 상태가 악화해 물고기가 살기 힘들어진 것이다.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이 같은 사실은 중앙일보가 12일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4대강 보 퇴적물 용출 조사 및 평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는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현정호 교수 등이 국립환경과학원 의뢰를 받아 작성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4대강 16개 보 중에서 낙동강 상주보와 창녕함안보를 제외한 14개 보의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다.
 
퇴적물 수집 장면. 코어 채취기를 이용해 퇴적토를 모양 그대로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퇴적물 수집 장면. 코어 채취기를 이용해 퇴적토를 모양 그대로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팀은 강바닥 표면에서 2㎝ 깊이까지의 퇴적물을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낙동강은 퇴적물 입자가 다른 강보다 작아 ‘가는 모래’로 분류됐다. 퇴적물 입자의 평균 지름은 낙동강이 평균 0.22㎜였다. 반면 한강(2.01㎜), 영산강(0.8㎜), 금강(0.7㎜)은 퇴적물 입자가 커 ‘굵은 모래’에 해당했다. 퇴적물 입자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플랑크톤 사체 등 유기물이 많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퇴적물 입자의 지름이 작을수록 진흙 퇴적물에 가깝고, 퇴적물 속 유기물의 함량도 높다”고 지적했다. 
 
 
코어 채집기로 강바닥에서 채취한 퇴적물.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코어 채집기로 강바닥에서 채취한 퇴적물.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팀은 또 이들 퇴적물 속 유기물이 썩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산소가 소모되는가를 측정했다. 이른바 ‘퇴적물의 산소소모율(SOD, Sediment Oxygen Demand)’이다. SOD가 높을수록 유기물 처리에 산소가 많이 소모돼 주변 산소가 고갈되기 쉽다. 
 
측정 결과, 한강 여주보의 퇴적물은 ㎡당 24시간 기준으로 산소 0.47g이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 공주보의 퇴적물은 3배가 넘는 1.74g이 소비됐다. 이는 공주보의 퇴적물에 유기물이 더 많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낙동강 달성보에선 1.28g, 영산강 죽산보에선 0.92g까지 측정됐다. 
이 같은 SOD 수치는 오염된 소하천(2~5g)이나 연못(1~7g), 낙동강 하구(1~3g) 등에 비해서는 낮지만, 국내 가창호(0.03~0.45)나 팔당호(0.04~0.3g), 일본 히로시마 만(0.22~0.37g)보다는 높았다. 팔당호보다 낙동강·영산강·금강의 산소 고갈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험실에서 퇴적물 산소 소모량을 측정하는 모습. 퇴적물 시료에 용존산소를 측정하는 장치가 연결돼 있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실험실에서 퇴적물 산소 소모량을 측정하는 모습. 퇴적물 시료에 용존산소를 측정하는 장치가 연결돼 있다.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는 “강바닥에 가까운 수층에서는 산소고갈이 나타나는데, 이때 산소 소모의 37~53%는 퇴적물에서, 나머지는 수층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부가 2015~2016년 4대강 보에서 조사한 결과, 여름철에는 대부분의 보의 강바닥에 가까운 수층에서 산소고갈 상황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27일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수심 10m에서는 용존산소가 0.3ppm에 불과했다. 8월 8일 영산강 죽산보 수심 7m에서도 용존산소가 0.2ppm에 불과했다.
지난달 1일부터 수문을 부분 개방한 금강 공주보.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1일부터 수문을 부분 개방한 금강 공주보. [프리랜서 김성태]

바닥층의 퇴적물 증가는 강물 유속이 느려진 데 따른 것이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낙동강의 경우 경사가 완만해 원래 유속이 느렸다. 여기에 보를 쌓으면서 유속이 더욱 느려져 진흙이 많이 쌓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퇴적된 진흙이 큰비가 내리면 하류로 씻겨 나가기도 하는데 진흙이 쌓인다는 것은 생태계가 크게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를 담당한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공학연구과 허인애 연구관은 “4대강 사업 전에 측정한 데이터가 없어 이번 데이터로는 4대강 사업 전후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별로 한두 곳만 조사를 해 강바닥 상태를 자세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4대강 퇴적물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기자 정보
강찬수 강찬수 기자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