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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다가온 치매 환자 100만 시대, 로봇도 나섰다.

중앙일보 2017.07.11 15:55
“4,9,8,7…순서대로 입력해 보세요.”  
60~80대 어르신 6명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태블릿PC에 숫자를 입력했다. 난이도는 점점 높아졌다. 큰 숫자 순으로 배열하기, 암산하기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로봇이 치매 예방 수업하는 강남구
관악구는 학교가 치매 도우미로 나서
주민센터 옥상에서 텃밭 가꾸기도
전문가들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해야”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치매지원센터 4층 강의실. 태블릿PC에 답을 입력한 뒤 ‘정답’이란 문구가 뜬 사람들은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어르신들에게 문제를 내고 있는 출제자는 사람이 아닌 지능형 로봇 ‘로벗’이었다.
 
로벗은 키 1m10cm, 몸무게 20kg의 인지치료 로봇이다. 치매 예방을 돕는 게 목적이다. 기억력·집중력·언어 능력 등을 높이는 18개의 프로그램을 갑췄다. 사람의 체형을 닮아 ‘로봇 친구(벗)’라는 의미로 ‘로벗’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강남구 치매지원센터에서 노인들이 로벗의 목소리에 따라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강남구 치매지원센터에서 노인들이 로벗의 목소리에 따라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날 수업에서 로벗은 정사각형 격자무늬 바닥(가로 세로 각각 2m) 위를 이동하기도 했다. 이를 유심히 관찰한 어르신들은 로벗이 갔던 방향대로 따라 걸었다. 강계희(68)씨는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 같아 참여했는데, 수업을 들으니 기억력도 나아지는 것 같고 로봇 선생님이 수업하니 흥미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가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치매예방 교실’처럼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자치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가 ‘로봇 인지치료’를 도입했다면 서울 관악구는 지역 도서관과 고등학교가 치매 환자의 ‘기억친구’로 참여하고 있다.
양팔을 펼치는 로벗을 따라하는 노인들. 박종근 기자

양팔을 펼치는 로벗을 따라하는 노인들. 박종근 기자

관악구청은 최근 조원동 주민센터4층에 마련된 조원도서관과 영락유헬스고교를 ‘치매극복선도단체’로 지정했다. 조원도서관엔 40권 가량의 치매관련 서적을 별도로 모아둔 ‘치매 도서코너’가 만들어졌다. 누구나 손쉽게 관련 책을 찾고, 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관악구 조원동 조원도서관엔 치매 전문서적을 별도로 모아놓은 ‘치매 도서코너’가 있다. [사진 관악구청]

서울 관악구 조원동 조원도서관엔 치매 전문서적을 별도로 모아놓은 ‘치매 도서코너’가 있다. [사진 관악구청]

영락유헬스고교 학생 450명과 교사 50명은 지역 치매 어르신의 ‘도우미’로 활동한다. 길에서 치매 환자들을 만나면 이들을 도와주고,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봉사활동도 하게 된다. 김준례 관악구 보건소 지역보건과장은 “지역사회가 치매 환자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판단해 참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치매지원센터 7층 옥상에는 치매 어르신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다. [사진 금천구청] 

서울 금천구 독산동 치매지원센터 7층 옥상에는 치매 어르신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다. [사진 금천구청] 

 
서울 금천구 독산동 치매지원센터 7층 옥상의 텃밭을 가꾸고 있는 노인들. [사진 금천구청] 

서울 금천구 독산동 치매지원센터 7층 옥상의 텃밭을 가꾸고 있는 노인들. [사진 금천구청] 

서울 금천구의 치매지원센터 7층 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다. 치매 어르신을 포함해 60~80대 어르신 30여 명이 가꾼다. 상추·방울토마토·오이 등의 모종을 옮겨 심고, 물을 주고 이름표까지 만들어 달았다. 
 
금천구는 올해 처음 치매 예방·치료를 위한 ‘텃밭과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지영 금천구치매지원센터 팀장은 “원예는 촉각을 발달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줘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10일 치매 환자 맞춤형 모델하우스인 ‘치매안심하우스’(약 81㎡)의 문을 열었다. 염곡동에 있는 복합문화시설 ‘내곡느티나무쉼터’에 들어선 이 곳은 치매 환자에 알맞은 거실·방·화장실 등의 디자인을 제시한다.
 
서초구가 10일 문을 연 치매안심하우스. 거실의 전등은 밝은 LED 조명을 달았다. [사진 서초구청] 

서초구가 10일 문을 연 치매안심하우스. 거실의 전등은 밝은 LED 조명을 달았다. [사진 서초구청] 

 
서초구 치매안심하우스의 수납장들에는 수납된 물건을 글씨·그림으로 표시한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 서초구청] 

서초구 치매안심하우스의 수납장들에는 수납된 물건을 글씨·그림으로 표시한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 서초구청] 

 
서초구의 치매안심하우스 화장실. 변기와 변기 뚜껑을 대비되는 색으로 설치해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사진 서초구청]   

서초구의 치매안심하우스 화장실. 변기와 변기 뚜껑을 대비되는 색으로 설치해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사진 서초구청]  

 
서울시는 12개 자치구 치매지원센터에서 ‘기억키움학교’를 운영 중이다. 초기 치매 환자들이 무료로 입학해 꽃꽂이·놀이 치료 등 치매 완화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박경옥 서울시 건강증진과장은 “기억키움학교를 내년부터 전 자치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와 서울시가 치매 도우미로 나서는 것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수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8만 명에 달했고, 2024년엔 10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재홍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은 “지역 사회가 치매 예방과 치료에 함께 나서야 ‘치매 친화적 고령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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