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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정치적 중립 어겨도 부득이하면 징계 않는다" 논란

중앙일보 2017.07.11 14:59
2014년 5월 전교조 집행부가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중앙포토]

2014년 5월 전교조 집행부가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이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혐의로 고발돼 11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던 교사 5명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교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은 맞지만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강행 등 묵과할 수 없는 사태 때문에 부득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각 사례에 대해 교육부 혹은 교육감의 정파적 입장에 따라 징계 여부가 갈리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예정된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징계위 돌연 취소
지난 5월 교육부가 징계요구한 14명 전원 징계 않기로
"향후 유사 사례도 징계 않을 것”…교육부는 ‘침묵’
교총 “교원의 정치적 활동 허용 의미로 해석될 여지"

11일 서울교육청은 이날 개최 예정이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서울지부 소속 교사 5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징계위에 회부된 교사 5명을 포함한 총 14명의 징계 대상 교사 전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징계위에 하루 앞서 개최 취소를 결정한 것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조 교육감은 징계위 철회를 결정하는 내부 서류에서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 요구는 타당하나 이전 정권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강행 등을 묵과할 수 없어 일어난 교사들의 법률 위반을 징계하는 것은 징계 목적에 부합되지 않다”는 점을 철회 이유로 들었다. 조 교육감은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도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고 내부 종결하겠다”고도 밝혔다. 내부 종결한다는 것은 징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날 징계위에서 회부될 예정이던 교사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교사선언’을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올렸다. 당시 교육부는 이들을 포함해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287명을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운동 집단행위 금지’ 조항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은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공무원 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 징계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해당 교사들에게 징계위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였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검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 통보서를 받은 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징계위를 열어야 한다.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에 가담한 교사의 징계를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에 가담한 교사의 징계를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징계위 취소와 관련해  "검찰의 통보에 따라 징계 의결을 요구하는 것이 법에 맞지만, 세월호와 같은 사회 현안에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면 부적절하다는 게 교육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취소의 법적 근거로 “비위 유형과 정도 등을 참작해 징계 의결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교육공무원 징계양형 규칙’의 관련 조항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이번 결정은 같은 진보 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징계위에 회부하라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교과부는 그를 검찰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법원은 2013년 “교과부의 징계 요구는 정당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유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교사 징계를 미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무죄도 확정했다. 이런 판례와 김 장관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할 때 이번 조 교육감의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8일 오전 세종시의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권 혁신학교 공동워크숍'에 참석한 김상곤(왼쪽 세번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교육감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세종시의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권 혁신학교 공동워크숍'에 참석한 김상곤(왼쪽 세번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교육감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선 앞으로 교육감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가 훼손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조 교육감의 조치는 법이 명시한 교원의 중립성 의무를 무너뜨리고 교원에게 정치적 활동을 허가한다는 의미로 확대해석될 여지가 크다. 교육부 역시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교사·학부모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도 “어떤 상황에도 학교가 흔들림 없이 학생 교육에 충실하기 위해 세운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이 훼손되면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엔 진보교육감이 재량권을 이유로 교원 징계를 회피해도 교육부가 다시 징계를 요구하곤 했는데, 진보 교육감 출신 장관이 임명되니 과거와 같은 ‘균형’마저 무너진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전교조는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교사들의 정당한 행동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시도교육청도 징계 절차를 중단해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 교육청에 따르면 전북·전남·강원교육청도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를 보류한 상태다. 이달초 충북교육청은 시국선언 교사 3명에 대해 징계를 면제하는 ‘불문 처분’을 내렸다.  
 
박형수·전민희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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