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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기, 선배가 창업으로 '조' 단위 부자가 되는 나라

중앙일보 2017.07.11 14:53

우리나라의 창업 환경은 정부가 주도하려 한다. 반면 중국 대학생들은 창업으로 '조'원 대 갑부가 되는 친구, 선배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본다. 그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 부여다

 
네오플라이 차이나. 게임회사 네오위즈 산하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지난 2014년 상하이에 자리를 잡은 이후,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성공 사례도 있다. 스마트 스터디(콘텐츠), 머니락커(스마트폰 잠금 앱)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중국 시장. 그리고 이곳에 도전하는 한국의 젊은 인재 사이의 교량이 되는 게 네오플라이 차이나의 목표다.  

중국향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네오플라이 차이나 이끄는 신동원 대표
韓 게임 위기 목격, 中 제대로 아는 스타트업 필요해
작은 국가, 작은 시장 마인드로는 절대 성공 못해

신동원 네오플라이 차이나 대표 [출처: 차이나랩]

신동원 네오플라이 차이나 대표 [출처: 차이나랩]

 
지난 7월 5일 상하이에서 네오 플라이 차이나를 이끌고 있는 신동원 대표를 만났다. 신 대표는 지난 2004년 중국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13년간 중국 IT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특히 지난 2014년 말 시작,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 '창업 열풍'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신 대표가 한국 본사에 직접 중국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액셀러레이터 설립을 건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강력한 자국 보호 정책부터 사드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국은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시장입니다. 포기하기보다는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유효한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신 대표의 설명이다.  
 
중국 현지에 창업 액셀러레이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네오위즈 게임즈 중국 지사장으로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승승장구하던 한국 게임이 중국에 뒤처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위기감이 들었다. 현지에서 중국 업체들과 겨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년 전 본사의 허락을 받고 네오플라이 차이나를 출범했다.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고 현지 투자자들과 매칭 시켜주는 등 중간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상하이 엔젤스라는 이름의 현지 기업인,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분들 모두 나와 같은 위기의식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 기관과의 협력도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짜리 프로그램을 10번 정도 진행했다. 매번 5~7개의 스타트업들을 선발한다. 이전까지는 컨설팅에 집중했지만 올해부터는 피도 섞고 있다. 초기 투자도 진행한다는 얘기다. 시작은 어떻게 하면 도와줄까 정도였지만 이제는 투자까지 연계해 질적으로 우수한 업체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수라도 지속적으로 성공 사례가 나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성공 사례는?
 
핑크퐁을 만든 콘텐츠 업체 스마트스터디, 중국 현지에서 7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스마트폰 잠금 화면 앱 머니락커, 월 30억 매출의 멤버쉽 컴퍼니 등이 네오플라이 차이나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나름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네오플라이 차이나 인베스트먼트 프로그램

네오플라이 차이나 인베스트먼트 프로그램

올해부터는 투자를 전제로 한 인베스트먼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네오플라이 차이나 인베스트먼트 프로그램이다. 3~4개 업체를 선정, 밀착 멘토링과 함께 3000만원 내외의 시드머니를 투자할 예정이다. 초기 벤처기업들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연구 개발에 쓸 수 있는 금액이다. 금액 자체보다는 함께 가는 파트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70개 넘는 업체가 지원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다. 정부 쪽에서는 스타트업을 돕고 싶어 하는 데 막상 스타트업들에서는 관(官) 쪽에 대한 불신이 있다. 그동안 미스매칭이 잦았던 탓이다. 인천 창조혁신 센터와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데, 정부 쪽에서는 인프라를, 우리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서로 간의 영역이 명확하다. 민관이 밀착해서 스타트업들을 서포트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한국 진출 스타트업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힘들다는 말 아닌가? 
 
페이스북, 우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 업체가 자리 잡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시장이다. 일단 복잡한 규제부터 발목을 잡는다. 사드 사태와 같은 '감정'을 기반으로 한 변수도 있다. 다른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서비스 벤처의 경우 중국에서 만연하게 이뤄지는 카피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지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지 못하면 무조건 카피를 당한다. 한국에서는 카피를 하면 여론의 질타를 받지만 중국에는 그런 게 없다. 오히려 카피를 당한 쪽에서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이 힘든 이유는 자본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한 총알 싸움에 익숙하다. 이익률도 따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업체가 20~30억원을 들고 덤벼들면, 중국은 200~300억원을 쌓아놓고 싸운다. 외국 업체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왜 중국인가? 
 
한국은 시장이 너무 작다. 국내에서만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때  꼽을 수 있는 시장이 미국, 중국, 동남아 정도다. 그런데 미국은 비자 문제, 거리 등 오퍼레이팅에서 문제가 많다. 또한 성숙한 시장이라 신규 서비스 벤처가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반면 동남아는 아직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않다. 많은 업체들의 눈이 자연히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다.
 
승산이 아예 없다고 보지 않는다.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중국은 기술력에 비해 '서비스 마인드', 이로 인한 디테일에서는 여전히 우리나라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대신 자본력으로 싸워줄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만나 중국 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겨룰 수 있다면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
 
신동원 대표는 지난 13년간 중국 IT 업계의 흐름을 몸소 체험했다. [출처: 차이나랩]

신동원 대표는 지난 13년간 중국 IT 업계의 흐름을 몸소 체험했다. [출처: 차이나랩]

현지에서 어떤 파트너를 만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드 사태를 계기로 더욱 확실해졌다. '한국'이라는 색채를 지우고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다. 국내에서는 좋은 아이템과 기술을 발굴하고, 운영은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중국팀에게 맡는 식이다. 마치 자기 사업처럼 움직여 주는 현지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면 다양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런 협력 시스템이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인재, 자본, 정책 등 다방면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체계적이고 자원이 풍부하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영리하게 접근해야 한다. 네오플라이 차이나가 지원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더 이상 중국은 우리 업체들을 동등한 레벨로 보지 않는다. 미국 업체들 정도만 1:1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로 본다. 프라이드가 워낙 강한 사람들이다. 결국에는 콘텐츠나 디자인처럼 우리에게 남은 강점을 가지고 그들의 차에 올라타야 한다. 적어도 하나의 '엣지'가 있어야 파트너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 한국 업체야" 이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나가고 보니 그제야 지나갔다는 걸 알았다.  
 
지난 몇 년 중국의 창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현지에서 본 느낌은 어떤가?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이 정부 주도형이라면, 중국은 민간 주도다. 중국 대학생들은 같이 학교에 다니던 선배가 창업으로 조 단위 갑부가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 막연히 창업이 좋다고 장려하는 것보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이런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절대적인 창업 인구가 시장을 압도한다. 특히 과거에는 바이두, 알리바바와 같은 몇몇 업체들만 성공 신화를 썼지만, 수직적 구조의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앱 하나, 서비스 하나로 크게 성공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투자 생태계도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초기 엔젤투자부터 후속 투자까지, 투자 기관들이 단계별로 대기하고 있다. 이런 단계별 투자자들이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한번 흐름을 타면 2~3차 후속 투자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디디-콰이디 합병 사례와 같은 엑싯(투자회수,exit)과 M&A가 빈번하게 이뤄지다 보니 투자 수익에 대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후속 투자를 유치해도 이를 사주는 데가 없다.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투자 기관들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더 있는지 주판알만 튀긴다. 반면 스타트업들은 제한적인 국내 시장에서 성장이 쉽지 않고, 투자가 멈춘다. 장기적으로 성공사례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외부 환경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 스타트업들의 내부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다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은 나라, 작은 시장에 익숙해 있다. 이런 마인드로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좀더 크게 보고 크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작아도 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느낌이다. 중국에 오래 있다 보니 오히려 이런 마인드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는 디테일에 강하고, 기술, 디자인에서 타고난 게 있다. 그러나 크고, 대범하게 보는 마인드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육이 아닌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 밖으로 나갈 것을 주문하는 이유다.  
 
언어 문제도 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과의 소통 면에서 상당히 '샤이'한 면이 있다. 완벽한 언어 구사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메일도 보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유독 길고 오피셜한 느낌이다. 뭔가 형식적으로 잘 보이려 한다. 이렇게 오면 상대방은 피로감과 중압감을 느낀다.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자신감 있는 언어로 이를 풀어내지 못하면 바보가 된다. 대표가 언어가 안되면 잘 되는 팀원이 필요하다.  
신 대표는 중국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팟 캐스트 '대륙에서 헤딩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신 대표는 중국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팟 캐스트 '대륙에서 헤딩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차이나랩]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팀이다. 스케일이 다른 중국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의지와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는 팀을 찾는다. 팀이 좋으면 언제든 중국 상황에 맞게 피벗(사업 아이템 전환, pivot)이 가능하다. 반면 마음을 닫고 있으면 어떤 조언을 해도 흡수하지 못한다. 
 
핑크퐁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에서 중국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규 이사의 경우, 중국어가 미숙한 상황에서 중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이제는 오히려 나한테 투자자를 소개하는 입장이다. 머니락커의 강민구 대표는 중국인 못지 않게 터프한 플레이를 한다.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이게 통한다.
 
네오플라이 차이나가 인큐베이팅한 업체는 아니지만, 한중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체로 활약하고 있는 에이컴 메이트 역시 학생 창업으로 시작해 밑바닥부터 지금까지 올라왔다. 중간중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밀어붙였다. 사드도 나름 잘 견뎌내고 있다. 이들이 공통점은 모두 중국인과 똑같이 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젠틀하고 오피셜 한 게 잘 먹히지 않는다. 결국 팀원들의 의지에 스타트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
 
네오플라이 차이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소수라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나오게 하는 것이다. 좋은 팀들을 발굴, 투자해 그들이 커져가면서 만들어내는 성과를 함께 누리고 싶다. 이를 위해 참여 업체 수를 조금 적게 두더라도 좀 더 집중적으로 도움을 주고, 더 많이 투자하려고 한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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