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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타내려 나이롱환자 행세했단 10년 이하 징역

중앙일보 2017.07.11 12:00
#사무장병원 공략, 병원을 내 집처럼
 주부 A씨는 1년 중 300일을 병원에서 지냈다. 대부분 2주에서 한 달가량 입원했고, 가벼운 관절 염증이나 허리디스크 등을 이유로 들었다. 병원을 옮길 때는 병명을 달리했다. A씨는 입원 뒤 무단외출을 반복했지만, 병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A씨가 입원한 곳은 주로 환자관리가 허술한,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이어서다. A씨가 최근 8년간 생명보험사 두 곳에서 타낸 보험금만 2억2000만원에 이른다.

금감원, 보험사기 3중 레이더망 가동
혐의자 189명, 부당보험금 457억 적발
사채 갚으려 마을 전체가 사기 가담도
작년 9월 보험사기죄 신설, 처벌 강화
11월 3일까지 경찰청과 합동 단속

 
#설계사ㆍ병원장 등 전문가 집단 공모
 B병원의 행정부장은 보험설계사에게 환자 1명당 5만~20만원의 소개비를 주고 ‘나이롱 환자’를 유치했다. 병원장은 입원환자를 대면조차 하지 않고 처방전만 미리 작성해 간호사에게 전달했다. 병원은 입원하지도 않은 환자들에게 식대와 병실 사용료 등이 지출된 것처럼 청구하는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8억3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최대 20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뒤 1000여회에 걸쳐 허위 입원을 반복한 가짜 환자들은 25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50억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은 1억1000만~5억3000만원에 이른다.
 
#보험사기는 패밀리 비즈니스
 광주에 거주하는 C씨 등 일가족 4명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7월 사이에 80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보장성보험은 47개. 질병으로 입원할 경우 최대 57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들은 보험가입 이후 2015년 상반기까지 허리통증 등을 이유로 1542일간 입원했다. 가족 4명이 한 병원에 동시에 입원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렇게 해서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7억4000만원에 달했다.
 
#보험사기도 해 본 범인이 또 한다
 설계사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나이롱 환자’ 행세를 하면서 보험금을 타낸 D씨는 초범이고 사기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보험사기를 저질렀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기소유예 처분 이후 D씨는 더 과감해졌다. 더 길게 입원하고 가족들까지 동반 입원 시켜 3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냈다.  
 
#온 마을이 보험사기에 나섰다
 같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E마을 주민들은 태풍으로 인한 농사 실패로 빚 갚을 길이 막막해졌다. 사채업자는 주민들에게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 누워만 있으면 보험금이 나올 테니 그 돈으로 빚을 갚으라고 꼬득였다. 주민들이 집단으로 환자 행세를 하면서 3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아냈다.
김동회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

김동회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주요 보험사기 유형이다. 김동회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은 11일 “보험사기 상시감시스템을 통한 기획조사로 고질적이고 상습적인 허위ㆍ과다입원(나이롱 환자) 보험사기 혐의자 189명(보험금 457억원)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과거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던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이 지난해에는 45%까지 떨어졌다. 폐쇄회로TV(CCTV)나 차량 블랙박스 설치가 보편화되면서 보험사기가 통하기 어렵게 되면서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반면, 생명ㆍ장기손해보험 보험사기 비중은 나이롱 환자 등이 상대적으로 늘면서 적발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4.5%에 그치던 비중이 지난해엔 51.6로 커졌다. 그간 나이롱 환자에 대한 보험사기 조사는 보험회사의 보고 또는 보험범죄 신고센터의 제보 등에 의존해 조사대상이 특정 지역 또는 특정 수법에 한정되고 산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 중 하나로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추진하면서 ‘보험사기 예방 3중 레이더망’을 구축했다.
 
 먼저, 보험 가입단계에서 ‘보험가입내역 조회시스템’을 보강했다. 앞서 2011년 도입된 조회시스템에서는 생명보험사는 생명보험 계약만, 손해보험사는 손해보험 계약만 조회할 수 있었다. 작년부터 모든 보험사가 인수심사 때 가입자의 모든 보험내역을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조회 가능 기간도 기존에는 최근 2~3년간 체결된 보험계약만 조회할 수 있었지만, 현재 유지 중인 생ㆍ손보사의 누적 보험가입금액을 조회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유지단계에서는 ‘보험사기 상시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 상시감시시스템은 다수 가입 및 사고 다발자 등 상시감시 기본지표(보험계약건수ㆍ입원횟수ㆍ입원일수 등 6개 지표)와 허위ㆍ과다입원 보험사기 혐의 정도에 따른 선택지표(경미한 질병으로 입원한 횟수, 보험사기 문제병원 입원횟수 등 6개 지표)로 구성된다.
 
 상시감시지표 분석을 통해 보험사기 연루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을 선정해 이들의 혐의 정도에 따라 위험ㆍ심각ㆍ유의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중 보험사기 혐의가 농후한 ‘위험’ 등급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 Insurance Fraud Analysis System)을 통해 보험계약ㆍ사고정보,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내역 등을 정밀분석ㆍ조사한다.
 
 셋째, 적발단계에서는 보험설계사ㆍ브로커ㆍ병원관계자 등이 공모하는 조직적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연결망분석(SNAㆍ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을 도입했다. SNA는 보험계약자ㆍ설계사ㆍ사무장병원 등의 관계를 분석해 그 연계도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법이다. 금감원이 IFAS 내에 보유하고 있는 보험 계약과 보험금 지급 데이터가 분석 대상이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김동회 실장은 “생명ㆍ장기손해보험 상품은 대부분 실손보험이 아닌 정액보험이어서 혐의자들이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거나 입원일수를 늘리고 병원 투어를 하는 식으로 고액의 입원 보험금을 타내고 있다”며 “특히 장기 입원할 경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주부ㆍ무직자 등도 고액의 입원일당을 받을 수 있어 생계형 보험사기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보험사기죄가 신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김 실장은 “지인, 사무장병원 및 보험사기 브로커 등의 권유로 허위ㆍ과다입원을 하는 것은 보험사기라는 죄의식 없이 범죄에 연루되는 것”이라며 “나이롱 환자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엄연한 보험사기로, 이 때문에 보험료가 오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누수가 발생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경찰청과 합동으로 11월 3일까지 보험사기 집중단속에 나선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고는 금감원 보험범죄신고센터(insucop.fss.or.kr)나 ☏1332에 연락하면 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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