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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틀 30시간 운전, 졸음 버스 만든다

중앙일보 2017.07.11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경부고속도로에 올라탄 버스의 계기판 바늘이 시속 110㎞를 오르내렸다. 경기도의 북오산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길에는 ‘사고 발생 지역, 시속 50㎞ 제한’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지만 버스는 시속 80㎞로 달렸다.
 

‘8중 추돌’ 버스 회사 가보니
동료들 “사고 운전자는 베테랑”
전날 15시간 근무 뒤 5시간 취침
사측 “법적 휴식 보장” 말하지만
기사 “하루 첫 끼가 저녁밥” 한숨
경찰 “업체 과실 여부 수사할 것”

10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와 서울 사당역을 오가는 광역버스 M5532에 탔다. 전날 서울 양재나들목 인근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덮쳐 신모(58)씨 부부를 숨지게 한 버스와 같은 번호의 버스다. 운전기사 김모(64)씨는 “배차 간격을 맞추기 빠듯해 속도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껌을 씹으며 자세를 고쳐 앉기를 반복했다. 졸음을 쫓으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전날 8중 추돌사고를 냈던 김모(51)씨가 속한 운수회사인 경기도 오산시 오산교통에서 만난 그의 동료는 “김씨는 10년 넘게 운전대를 잡은 베테랑이었다”고 말했다. 동료들에 따르면 세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시내버스를 몰다 경력을 인정받아 고속도로를 오가는 M5532의 운전석에 앉게 됐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사고 당시 피로가 누적돼 깜박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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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쉰 뒤 다시 이틀을 일하는 방식으로 근무했다. 사고를 낸 날은 연속 운행 둘째 날이었다. 첫날엔 오전 5시 첫 차부터 오후 9시5분 마지막 차까지 여섯 타임을 뛰었다. 한 타임, 즉 한 번 왕복에는 평균 2시간30분이 걸리니 산술적으로 15시간을 운전했다. 오후 11시40분쯤 퇴근해 자정 넘어 귀가했다. 사고 당일엔 오전 7시15분 첫 차를 몰기 위해 오전 6시쯤 집을 나섰다. 그는 “5시간 정도 잤다”고 말했다. 사고는 세 번째 타임에서 났다. 오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서였다. 사고 전까지 하루와 한나절 동안 21시간가량 운전대를 잡았다.
 
오산교통 인근에 있는 운수회사 기사들은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쉬는 형태는 드물다. 대개는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쉰다”고 말했다. ‘이틀 근무 후 하루 휴식’이 불법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단체협약 결과다. 기사들도 이를 알고 계약한다”고 말했다. 오산교통 비정규직은 시급 6470원, 정규직은 6700원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를 낸 김씨는 정규직이라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회사의 한 기사는 “우린 하루 근무 하루 휴식에 시급 7400원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모든 버스기사는 2시간 근무 시 15분 이상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오산교통 측은 “휴식시간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들 얘기는 달랐다. 오후 4시 차고지 식당에서 만난 기사 양모(63)씨는 “비가 많이 내려 운행이 늦어져 점심도 못 먹었다. 첫 끼가 저녁밥이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M5532 광역버스는 5대가 해당 노선 전 시간대를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운수업체의 과실 여부를 적극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압수수색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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