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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제 용어] 정리매매

중앙일보 2017.07.11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한번 상장했다고 해서 영원히 증시에 남는 것은 아닙니다. A라는 회사가 증시에 상장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어느 날 A사 자본이 잠식되거나 A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감사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감사의견 거절)에 빠지면 A사는 상장 폐지됩니다.
 

사업 잘못해 상장 폐지되면
주주가 가진 주식 휴지조각 돼
마지막으로 주식 팔 기회 주죠

A사 주주가 들고 있던 주식은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됩니다. 규모에 따라 엄청난 손실을 볼 수도 있어요.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게 정리매매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상장 폐지될 종목의 주주에게 마지막으로 주식을 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기간은 7거래일입니다. 일반 종목과 차이점은 두 가지입니다. 장이 열리면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일반 종목과 달리 정리매매 종목은 30분마다 계약이 체결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 14차례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가격 제한폭이 없다는 점이죠. 일반 종목은 하루 가격 변동 폭이 아래위 30%로 제한돼 있습니다.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서죠. 정리매매는 가격 제한폭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200%, 300%씩 오를 수 있어요. 정리매매가 시작되면 해당 종목은 대부분 급락합니다. 정리매매가 끝나더라도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할 수는 있지만 더는 가치를 지니기 어려워서죠.
 
하지만 가격 변동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정리매매 종목은 종종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정리매매만 노리는 전문 ‘정매꾼’(정리매매+투기꾼)도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낮거나 주식 수가 적은, 또 회사에 처분 가능 자산이 남아있는 종목을 주로 겨냥합니다.
 
이들은 정리매매 첫날이나 둘째 날 주식을 대거 사들여 가격을 치솟게 합니다. 다른 투자자가 현혹돼 따라 사면 해당 주식은 더 오릅니다. 이 때 팔아치워 차익을 내는 수법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위험한 돈놀이를 한다고 해서 폭탄 돌리기에 비유되기도 하죠. 그러나 통계를 보면 정리매매 기간 수익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매우 드물게 정리매매 후 재상장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장폐지 10년 만인 2010년 다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만도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확률도 낮은데다 재상장까진 수년이 걸려, 재상장을 기대하고 정리매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훨씬 큽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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