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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가계부채 1400조 … 주택임대 사업 개인이 많이 해 ‘거품’

중앙일보 2017.07.11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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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신용의 전체 규모가 14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저금리와 규제 완화, 부동산시장의 호황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부동산 관련 금융의 한국적 특수성이다.

한국 특수성 감안한 대책 필요
공공서 임대사업 맡는 외국과 달라
소득·소비 증감과 빚 상관관계 적어

집값 상승 기대 사라지면 공급 위축
전셋값 올라 또다른 금융불안 요인

대출 규제는 전세 … 월세 전환 발목
공공부문서 임대사업 확대 바람직

 
전체 가계신용에서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7년 3월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414조원이다(정책 모기지 포함). 그중에서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및 집단대출, 그리고 정책금융기관의 모기지론 등을 합한 전체 주택 관련대출 규모는 679조원으로 48%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수년간 전체 가계부채의 증가분 중에서 주택 관련대출의 증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에는 67%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46%를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주택 관련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한국의 주택 관련대출은 임대주택시장의 고유한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는 임대주택의 공급자로서 개인의 역할이 매우 크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주택임대차 방식인 전세 제도가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임대주택의 공급 주체 중에서 개인 비중이 50~60%에 그치지만, 한국에서 개인의 비중은 80%를 상회한다.
 
대부분의 임대주택이 월세 형태인 주요국과 달리,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전세 비중이 40% 내외에 달한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평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관점보다는 한국의 고유한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한국적 특수성이 왜 중요한가를 살펴보려면 정반대의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 모든 임대주택이 개인이 아니라 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공급하고, 전세가 아니라 순수 월세 형태로 공급하는 가상 상황을 상상해보자. 일단 모든 임대주택이 순수 월세 형태라면,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은 불필요하다.
 
임대주택의 공급자가 개인이 아니라 기업 또는 공공부문이라면,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임대업자의 부채가 있더라도 그것은 가계부채가 아니라 기업부채 혹은 공공부문의 부채가 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은 있겠지만, 그것은 대부분 일주택 자가 보유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것이거나 사업자금 혹은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에 해당할 것이다.
 
한국 현실은 이런 가상 상황과는 정반대이다. 전세보증금이라는 목돈이 필요한 전세주택이 임대주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 개인이 임대주택 공급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투자로 인한 가계부채가 상당 규모에 달한다. 현재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은 50조원 내외이며, 또한 임대주택 매입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주택 보유자(거주 주택 외 주택 보유자)의 부채규모는 2016년에 226조원 수준이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증가가 임대주택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의 변화가 경기흐름 또는 가계소득의 움직임과 어느 정도 괴리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문제라거나, 최근 수년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계 소득의 증가 속도를 앞질렀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은 이러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임대주택의 공급과 그것을 위한 자금조달이 상당부분 가계에 의해 수행되는 탓이다. 나아가 개인 중심의 임대주택 시장 구조가 유지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가속화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자의 자금조달 방식이 전세보증금이라는 사금융에서 은행대출이라는 제도권 금융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에 따라 통계상의 가계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임대주택 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가계부채의 증감은 가계의 소득 또는 소비의 증감과도 상대적으로 독립적일 수밖에 없다. 애초 소비재원 마련을 위한 대출이 아니라 주거 마련 또는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대출이기 때문에 가계소비 혹은 경제성장에 대한 영향도 크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가 경제성장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한국적 특수성을 도외시한 관점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의 안정성은 또다른 문제다. 부동산금융에서 가계부문의 높은 비중으로 인해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부동산 가격의 등락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가계의 재무건전성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과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가계의 역할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전체 가구의 45% 정도가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가계가 공급하고 있는 현 체제가 단시일 내에 바뀌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의 금융여건 변화가 임대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주의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융규제 강화는 가계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지표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임대주택 구입(투자)을 위한 자금조달 방식으로서 은행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서로 대체·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은행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예금보험연구센터장

임일섭 예금보험공사·예금보험연구센터장

또다른 한편으로는 전세주택 공급이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기대감에 근거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면 ‘갭투자’의 유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면 임대주택 공급의 위축과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또다른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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