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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 상대의 매도 동기부터 파악해야

중앙일보 2017.07.09 04:00

은퇴이후엔 생활 전역에서 당혹스런 일들에 부딪힌다.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마다 협상을 잘 해내야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가 들려주는 성공 전략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은퇴를 전후해 많은 이들이 은퇴 후의 삶을 위한 부동산 매입에 관심을 가진다. 노후 삶을 좌우하는 대형 이슈여서 무턱대고 거래를 하면 안 된다. 이럴 때 협상 전략을 활용해 보라. 조금만 신경 써도 골치 아픈 부동산 문제가 술술 풀린다.

매도인의 첫 제안은 공격적이기 마련
건축물 대장 확인 등으로 새로운 기준 제시를

 
얼마 전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치솟을 때 다가구주택 매매 협상을 컨설팅한 적이 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도인이 생각하는 매도 희망가격을 알아보니, 주위 시세보다 평당 300만원 이상 높았다. 60평 정도의 대지로 전체 금액으로는 약 2억원 차이가 났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매도인은 ‘앵커링효과(Anchoring Effect)’를 노렸다. 가격 기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매매 협상에서 자주 사용된다. 즉,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그 주위를 맴돌다가 닻을 내린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점에 정박하게 되는 것과 같다. 첫 제안을 과하게 해 가격 기준을 선점함으로써 실제 매매가를 최초로 제안한 금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매도인의 숨은 이해당사자는 누구?
매도인의 공격적인 제안에 대응하기 위해 필자는 세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우선 매도인측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상에는 60대 여성분이 소유자로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그의 아들이 부동산 관리를 도맡아 해왔다. 
 
최근 아들이 캐나다로 투자이민을 가기로 결정해 어머니 소유 부동산 2개 중 임대용인 다가구주택을 급하게 매도하기로 했다고 귀띔해주었다. 여기서 협상을 위한 소중한 정보를 얻었다. 협상을 통해 설득을 해야 할 상대방은 부동산 명의자가 아니라 그의 아들이다. 아들은 투자이민을 앞두고 가급적 빠른 시간 내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화면]

[사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화면]

 
다음으로 상대방의 첫 제안에 대한 우리 측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접속해보았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접속하면 각 지역 부동산의 유형별 거래금액이 시기별로 정확히 기재돼 있다. 부동산 가격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서울 OO구 XX동 일대 다가구주택들의 최근 1년간 거래가격을 상세 조회해 보았다. 예상대로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다가구주택 가운데 최근 1년동안 매도인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게 거래된 물건은 없었다. 평당 거래 단가도 점차 하락하는 추세였다.
 
마지막으로 매도가 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추가 요인을 찾기 위해 건축물대장을 열람해 보았다. 그 결과,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4층에 번듯하게 지어진 옥탑방이 불법 건축물이었다. 2년 전부터 관할구청에서 6개월에 한번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이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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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수인은 어차피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할 생각이었기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적극 공략해 보기로 했다.
 
공인중개사에 부탁해 매도인측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아들과 직접 만나 건물 매도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한 대로 매도인은 시세보다 상당히 높은 첫 제안 가격을 고수했다. 
 
필자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취합한 지난 1년간 동일 지역 내 다가구주택 매매가 자료를 제시했다. 매도인이 제시한 평당 가격으로 거래된 예가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마저도 하락추세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상대방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건축물대장을 확인해본 결과 옥탑방에 반기마다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소유자인 어머니한테 확인해 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준비를 통해 상대방의 첫 제안이 무모한 것이라고 인식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상대를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킬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 [중앙포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 [중앙포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는 상대방이고 협상에서 가장 덜 중요한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이번 협상에서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캐나다 투자이민을 앞두고 현금을 가급적 빨리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다행히 매수인은 현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었다. 두 번째 미팅에서 소유자 아들에게 “매매가를 매수인이 제시하는 수준으로 조정해주면, 계약금으로 매매가의 10%가 아닌 30%를 지급해줄 수 있으며, 잔금은 계약일자로부터 한 달 이내에 곧바로 전액 지급해드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불법 건축물 부분은 매수인 측 비용부담으로 원상복구시키겠다고 했다. 
 
두세 차례 추가 조정을 거쳐 거래가 성사됐다. 매수인이 희망한 가격을 매도인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매도인의 첫 제안에 비해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매매가 이루어졌다. 매수인도, 매도인도 만족한 거래였다.
  
 
매력적인 역제안으로 협상 성공
부동산 매매는 일상에서 협상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도인의 강력한 첫 제안에 대응하기 위해 필자는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했고, 면밀한 준비 끝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추가적인 가격 조정의 근거를 댔다. 그리고 투자이민을 앞둔 상대의 상황에 맞는 매력적인 역제안을 함으로써 결국 성공적인 딜을 이끌 수 있었다.
 
 
 
부동산 매매의 협상 원칙
· 매도인의 첫 제안은 공격적이기 마련이다
· 매도인 측의 실질 의사결정권자를 파악하고 그를 공략하라
· 실거래가 조회를 통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라
· 매도인의 매매 타이밍을 공략하라
· 건축물 대장 확인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라
·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켜라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 yoolbon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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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 필진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 은퇴 이후엔 생활 전역에서 당혹스런 일들에 부딪힌다.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마다 협상을 잘 해내야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가 들려주는 성공 전략을 시리즈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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