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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방패’였던 문무일·윤석열, 새 정부선 검찰 개혁 '선봉장'

중앙일보 2017.07.05 16:46
#1. 2011년 6월 29일 대검찰청이 발칵 뒤집혔다. 중앙수사부(현 반부패부), 기획조정부 등 대검의 핵심 부서 장(長)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대검 선임연구관 등 검사 28명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날인 28일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196조 3항 중 ‘법무부령’을 ‘대통령령’으로 수정 의결한 것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대검 연구관들은 기자실로 내려와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하는 것은 검사의 지휘체계를 붕괴시키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검찰 개혁에 대한 항명이었다.
 

문,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
윤, 2012년 중수부 폐지 반발 선봉에 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동의 의문


#2. 2012년 11월 28일 밤 대검찰청.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한상대(58·사법연수원 13기)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원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강행한 한 총장에 대한 항명이었다. 앞서 한 총장은 “(중수부 폐지에) 목숨을 걸겠다”던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총장과 일선 검사들이 대립했고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검사들도 한 총장 퇴진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두 장면에 등장한 '개혁' 사태는 검사들의 조직적 반대에 직면했다. 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후자는 대검 중수부 폐지가 반발을 불렀다. 
 
이 사건들에는 낯설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검찰 조직 ‘톱2’다. 2011년 6월 29일 기자실로 내려와 검찰의 방어논리를 전파하던 대검 연구관 중에는 4일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문무일(56·18기) 부산고검장이 있었다. 윤석열(56·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2012년 ‘검란’ 사태 때 중수부 폐지 반대에 선봉에 서서 다른 특수부 검사들과 한 전 총장 퇴진을 외쳤다.  
 
검찰의 ‘방패’였던 이들이 새 정부에선 검찰 개혁 ‘선봉장’이 됐다. 개혁의 내용도 낯설지 않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왼쪽)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왼쪽)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문 총장 후보자는 4일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논의가 이뤄져 온 경위하고 발단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5일 출근길에도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부패한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의 적이다. 국민의 여망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총장이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검찰 개혁 과제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지난해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 등으로 촉발된 ‘검찰 개혁 4대 TF’ 중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리TF’의 팀장을 맡았다. 대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TF는 검찰권 행사의 남용 방지 방안 구상과 함께 공수처에 대한 검찰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구체적인 내용 발표는 미뤄졌다. 
 
하지만 대검은 지난 3월 출입기자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공수처 신설 논리 등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A4 용지 43쪽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검찰은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검찰개혁의 본질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것은 공정성인데 공수처도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해 옥상옥 구조가 되며 검찰 제도를 손 보는 것이 낫다" 등의 논리를 폈다. 
 
또 “권력기관 간 주도권 다툼이 예상돼 인력·장비 등의 중복으로 국민 혈세 낭비가 불가피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 주도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천위원회에 국회 추천 위원을 필수로 추가하고 총장 임기도 2년에서 4~5년으로 연장해 청와대의 입김을 피하자는 주장이었다.
 
대검 관계자는 “문 총장 후보자가 이 자료의 개별 사안에 대해 찬반을 밝힌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문 총장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새 정부의 검찰 개혁 취지와 현실을 어떻게 조정해낼지 궁금하다"며 "그간 검찰 조직이 정리한 논리와는 상반된 내용들이 많아 어떤 묘수가 나와도 조직 내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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