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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칵 뒤집혀진 미국, 트럼프의 선택은

중앙일보 2017.07.05 15:02
한반도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전 주한대사)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조금 남아있던 인내가 고갈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본지의 긴급설문에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7월 4일을 기점으로 한계점을 지났다"고 진단했다. 심리적, 현실적 '레드라인'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 직후 관계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 직후 관계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ICBM의 미 본토 본격 겨냥이란 '설마 했던' 상황이 현실로 닥친 데 따른 미국 내 충격은 대단했다.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이란 최대 휴일임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방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의 담당자들이 대거 출근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북한은 2006년 미 독립기념일에 대포동 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 6발, 2009년에 7발을 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즉각적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긴급회의도 없었다. 미 정부가 ICBM에 얼마나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 대북정책 바꿔 '정권 교체' 나설 가능성
군사적 대응은 최후수단으로 남겨둘 공산 커

향후 관건은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내걸었던 4대 대북정책 기조, 즉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 ▶정권 붕괴 ▶통일 가속화(흡수통일) ▶38선 이북으로의 침공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4 No'에 변화가 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북한 정권교체 쪽으로 틀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그는 "중국에 의존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 이번 발사로 명백해졌다"며 "트럼프가 정말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모두가 꺼리는 방법이긴 하지만 북한의 정권교체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이 바뀐 만큼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트럼프 대북정책은 예측불허의 단계로 돌입한 셈이다.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이번 ICBM시험발사를 계기로 미 정부는 북한의 ICBM에 어떻게 대처할 지 다시금 원점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는 매우 거친 방법(군사행동)을 택하려 할 것이고 나머지는 '실현가능한' 협상의 길을 택하려 할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가만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너무 나가고 말았다"며 "이제 트럼프는 트위터가 아닌 '다른 형태'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자존심'을 거론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고 했을 때 트럼프는 즉각 트위터를 통해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의 말 대로 실현된 만큼 자존심 강한 트럼프로선 결코 이 상황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클링너는 "트럼프는 앞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은 국제적 공감대와는 동떨어진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긴박해졌다고 해서 군사행동을 택하기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미국 진보센터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군사옵션을 택할 경우 너무나 파괴적인 결과가 예상되고 이는 미국의 이해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결국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ICBM 시험발사로 '기존 정책'이 한층 강화되는 동력이 생겨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북 외교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아마 이게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현실적으로 새로운 대북 선택지(옵션)가 없는 만큼 4대 기조를 일단은 유지하며 이번 G20에서 중국에 '마지막 압박'을 가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며 '4 No' 정책의 변경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보수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4일 폭스뉴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당장은 동맹의 군사 대항력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를 (환경영향평가로 배치가 늦어지는 한국 대신) 일본에 먼저 배치한 다음 한국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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