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이를 가리지 않는 고독사…부산 한달 새 5건

중앙일보 2017.07.05 13:43
사하경찰서

사하경찰서

부산에서 혼자 살던 40대 남성이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5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4시 18분쯤 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집주인 한모(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독거노인 뿐 아니라 지병앓는 40~50대 장년층의 고독사도 잇따라
시신이 부패해 냄새난다는 주민 신고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
“빈곤지역에 복지예산 투입해 도움 필요로 하는 이들 적극 찾아내야”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한씨를 발견했다. 검안의는 시신의 부패 상태로 미뤄 한씨가 보름 전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사인이 분명치 않아 조만간 부검할 계획이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한씨는 3년 전 실직한 이후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모친과 함께 생활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 전 모친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혼자 생활해왔다.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한씨처럼 근로 능력이 있더라도 실직해 혼자 살 경우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할 능력은 있는데도 일자리를 잃거나 알코올중독·당뇨 같은 지병을 앓는 40~50대 장년층의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역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12일 부산 동구의 한 단칸방에서 숨진 지 석 달 만에 발견된 김모(51)씨도 그런 사례다. 주방장으로 일하던 김씨는 석 달 전 해고되자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술을 마시다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방 안에는 소주병이 널브러져 있었고 냉장고에는 먹을 만한 게 거의 없었다”며 “김씨는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고,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사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고아로 자란 이 남성은 2년 전부터 하는 일 없이 셋집에서 혼자 살다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에선 이 같은 고독사가 최근 한 달 새 5건이나 발생했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일 6시 40분쯤 부산 연제구에서는 A씨(71)가 집에서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최근 1년 이상 가족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도 지병을 앓아 온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안방에서 당뇨·위장병약이 다량 발견돼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윤순자 씨가 숨진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발견됐다. [중앙포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윤순자 씨가 숨진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발견됐다. [중앙포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정부의 도움을 받던 60대 여성은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부산 동구 초량동의 한 빌라에 살던 윤모(61)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있었지만 관할 동구청은 윤씨가 숨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동구청 복지담당 공무원이 윤씨와 두달 넘게 전화통화가 되지 않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이다.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1인 가구가 전 연령대에 걸쳐 급격히 늘어나면서 나이를 불문하고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빈곤층이 집중화돼 있는 지역에 복지예산을 집중 투입해 일할 능력이 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