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 기고] G20 외교, 혁신·공정·창의 허브를 꿈꾸며

중앙일보 2017.07.05 13:35 경제 8면 지면보기
김동연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살면서 가장 좋은 교사는 경험이다. 어려웠던 경험일수록 지나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년 동안 국가적으로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개인적으로도 공직생활 중 가장 힘든 고비였다. 첫 위기 때는 재정경제부 과장으로 있으면서 우리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도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있으면서 경험했던 두 번째 위기 때는 온 몸을 던진다는 심정으로 임했지만, 국가부도의 위기를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우리 경제를 이런 위기에 빠뜨릴 수 없다는 다짐을 굳게 했다.
 

보호무역·기후변화 등 이슈 산적
문 대통령, 국제 공조 다질 기회
‘일자리 중심 경제’ 비전 등 공유
새 질서 이끄는 ‘리더 한국’ 기대

두 번의 경제위기는 다자간 공조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으로 이어졌다. 첫 위기를 계기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만들어졌고, 두 번째 위기 뒤에는 G20 정상회의로 격상되었다. 2008년 워싱턴 1차 정상회의부터 참여한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과 틀을 짜는 선도그룹의 일원이 된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더욱 커져 서울에서 열린 2010년 5차 G20 회의에서는 의장국으로서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논의를 선도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이번 열두 번째 G20 정상회의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선 새 대통령의 첫 다자 정상 무대다. 새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신뢰를 쌓을 기회이기도 하다. 그 장(場)에서 글로벌 이슈들을 논하고 해결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일깨울 것이다. 또한 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큰 상황에서 우리의 비전과 정책방향을 소개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가 추구하는 ‘일자리 중심 선순환 생태계’의 구축을 위한 사람중심 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은 다른 정상들에게 주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G20의 의미가 크다. 외교·통일·경제·사회 모든 이슈들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의 공조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다. 주요국의 정책은 이미 국경을 넘어 상호 연결된 세계 시민의 삶 속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 친환경에너지산업 육성, 여성역량 강화와 같은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고민들이 이번 G20 아젠다와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실리(實利)의 극대화도 필요하다. 자유무역과 기후변화가 좋은 예다. 보호무역 파고(波高)나 기후변화 관련 국제공조체제에 도전하는 시도에 대해 양자 차원을 넘어 다자차원의 정책 공조를 모색하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다자 정상회의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주요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이다. 대통령의 지난 주 미국 방문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연이어 이루어지는 일련의 정상회담은 이번 G20 회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의장국인 독일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과의 양자회담, 그리고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개최된다. 그동안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주요국과의 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G20 정상회의 수행을 위해 서울을 떠나면서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새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한 일자리 추경을 국회에서 처리는커녕 심의에 착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에도 G20에 임하는 자세를 다잡아 본다. 초기 G20에서의 국제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공조를 훌쩍 뛰어넘는 더 큰 꿈에 대한 것이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질서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꿈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 공정, 창의의 허브를 만들고 싶은 꿈이다. 개인도, 국가도 꾸는 꿈의 크기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