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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도 갖고 제재도 안받고...'파키스탄 모델' 노리는 北

중앙일보 2017.07.05 11:08
북한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주장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위한 최종관문인 시험발사에 단번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 없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묵인받는 이른바 ‘파키스탄 모델’ 달성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했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가능한 목표일까.
 

'사싱상 핵보유국' 묵인받은 뒤 美와 군축협상이 목표
파키스탄은 NPT 가입 않고 유엔 안보리 제재도 안받아
"NPT 들어가 핵물질 얻고 뒤로 무기 개발한 北과 달라"

①파키스탄은 NPT 가입한 적 없어=파키스탄은 1998년 5월28일과 30일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북한과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적이 없다. 1970년 발효된 NPT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5개국(미·중·러·영·프)을 제외한 국가는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반면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소련으로부터 원전을 들여오기 위한 조치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파키스탄은 처음부터 링 밖에서 독자 노선을 걸었다. NPT에 가입해 핵물질을 제공받는 혜택을 누린 뒤 뒤에서 몰래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②북한의 NPT 탈퇴 주장, 공식 인정 안 돼=북한은 1992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NPT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NPT 체제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NPT 10조 1항은 ‘비상사태가 국가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한다고 결정한다면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이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목상 규정일 뿐 NPT 체제는 사실상 탈퇴를 인정치 않는다. 한 가입국이 비상사태를 이유로 탈퇴하면 다른 나라들도 잇따라 자의적으로 비상사태를 규정해 NPT를 박차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NPT 가입국 사이에서도 북한의 탈퇴선언을 인정해야 할지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5년마다 열리는 NPT 평가회의의 준비위 의장을 맡았던 라스즐로 몰나르 주유엔 헝가리 대사는 2003년 “북한의 명패는 탁자 밑에 보관하겠다”고 말하며 탈퇴 여부에 대한 결론을 명확히 내리지 않았다.
③파키스탄은 유엔 안보리 제재 안 받아=북한은 지금까지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다섯 차례에 걸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받았다. 제재를 해제하려면 제재를 가한 원인이 해소돼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폐기한다는 보장이 없는 한 제재 해제가 불가능하다. 이란의 경우도 국제사회와의 핵 폐기 합의에 도달한 이후에야 유엔 안보리가 대이란 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파키스탄은 수차례의 핵실험에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보편적 규범이라 할 수 있는 NPT에 가입하지 않았고, 따라서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국제적 의무를 위반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98년 핵실험 직후 독자 제재를 가했다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을 파트너로 삼기 위해 제재를 해제했을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제재받지 않고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미국과의 군축협상을 통해 경제적 이득 등을 취하겠다는 생각이겠지만,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파키스탄같은 묵인은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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