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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회의 회의록 공개…"사법부 블랙리스트 국정조사" 대법원장 압박

중앙일보 2017.07.05 11:07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19일 열린 1차 회의 회의록을 5일 공개했다.
 

법관회의 정당성 의심·내부갈등 차단용인 듯
'블랙리스트 외부 조사' 필요성 주장도 나와
법관회의, "조사 요구 거부 깊은 유감" 표명
24일 2차 법관회의가 사태 방향 분수령될 듯

송승용 법관대표회의 대변인은 대표 법관 100명 중 80명의 찬성을 얻어 이날 오후 1차 회의록을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단 열람은 법관들에게만 허용했다. A4용지 137쪽 분량의 회의록에는 법관회의가 의결한 안건의 토론 과정과 각 안건에 대한 찬반 비율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1차 회의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과 의혹 관련자 업무 배제 및 문책, 법관회의 상설화를 위한 대법원 규칙제정 등의 요구사항을 의결했다.
일선 판사가 4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일선 판사가 4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법관회의가 끝난 뒤 법원 내부에선 법관회의가 법원 내 진보성향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 주도해 반대 의견을 묵살한 게 아니냐며 민주적 정당성을 의심하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회의록 공개는 이 같은 일선 법관들의 의심과 내부 갈등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관회의에 참석한 한 지방법원 판사는 “외부에서 제기한 의혹과 달리 법관회의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을 벌여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라며 “의사 결정 과정은 매우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말했다.
 
법관회의는 회의록 공개와 함께 지난달 28일 양 대법원장이 발표한 입장에 대한 의견서도 올렸다. 이성복 의장 명의의 '전국법관대표회의 회의록 게시 및 의결사항 집행'이란 제목의 문서에서 이 의장은 "법관회의 의장으로서 대법원장께서 (블랙리스트 조사 요구) 결의를 수용하지 않으신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사법행정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추가 조사 수용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 변화를 희망한다"며 법관회의 의결사항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내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조사와 관련자 문책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양 대법원장의 입장에 대해 일선 법관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지난 4일 남인수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해당 컴퓨터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방안을 오는 24일 2차 법관회의 안건으로 제안한다”고 적었다. 앞서 법관회의가 진상조사를 위한 권한 위임을 양 대법원장에게 요구한 것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무거운 표정의 양승태 대법원장 [연합뉴스]

무거운 표정의 양승태 대법원장 [연합뉴스]

 
앞서 법원행정처가 전국 판사들의 성향을 조사한 파일(블랙리스트)을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법관회의는 진상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참석자 100명 중 84명이 찬성했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판사의 컴퓨터를 열어보자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법관회의의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남 판사는 “혼외자 의혹을 받는 공적 인물이 유전자 검사 요구를 사생활을 이유로 거부하면 사람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며 “해당 컴퓨터는 행정실 소속 심의관의 행정용 컴퓨터로 공정한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관 독립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관회의 안건은 대표법관 100명 중 5명이 발의하면 상정할 수 있다. 남 판사의 제안이 2차 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될 경우 법관회의 상설화와 별개로 블랙리스트 의혹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시민단체가 양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 8명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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