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가계·기업·산업 생태계 간 끊어진 순환구조 복원과 혁신 급선무
일자리정책, 마중물 추경예산도 현 생태계구조에 맞게 재구성해야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생태적 정체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금세기 들어 더욱 심화되어 경제생태계의 침하단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생성-성장-노화-혁신-재생성이라는 생태계의 순환구조가 단절됨에 따라 태어날 것은 태어나지 않고 소멸되어야 할 것은 소멸되지 않아 노화되거나 좀비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과 가계 부문의 내부관계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 간 상호 순환고리의 단절로 이어져 민생의 기본축인 가계 부문이 고용절벽 속에 만성적인 부채의존 구조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생태계의 단절현상하에서는 대규모 재정투입을 해 보아야 문제해결보다 좀비현상만 심화시킨다. 특히 고용 문제는 가계생태계·기업생태계·산업생태계·인구생태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재정의 승수효과는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14~16년 동안 일자리 창출에 43조원을 투입했으나 실업자 수는 2013년 80만7000명에서 2016년 101만 명으로 늘었고 25~29세의 실업률은 7.1%에서 9.2%로 증가했다. 이와 같이 재정지출의 마중물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미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결과로 증명된 바 있다. 즉 재정지출 1조원 증가가 가져오는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2014년 0.8조원, 2015년 0.65조원, 2016년 0.65조원, 2017년(전망) 0.56조원으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김회룡]](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05/8841964a-07dd-48f2-993a-fba6a9cfd051.jpg)
[일러스트=김회룡]
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초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지지율이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경제정책의 실패로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대통령, 퇴임 시 지지율 7%의 대통령으로 남았다. 문제의 출발은 문민정부가 마중물 정책의 일환으로 방대한 재정 금융자금을 기업과 농촌에 퍼부은 신경제 100일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이 외환위기로까지 연결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돌이켜보면 두 나라 모두 마중물의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지금은 마중물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한 때다. 대개 정치인들은 기업인과 달리 기공식이 끝나면 모든 일을 잊고 지낸다. 따라서 현실정치에서는 기다림보다 더 달고 오묘한 마중물을 선호하고 정치는 이를 따른다. 그러나 그 마중물로는 모든 국민을 오랫동안 시원하게 적셔줄 수는 없고 나중에 그 마중물의 공급이 끊기면 분노한 그들은 광장으로 모여들 것이다. 더욱이 마중물이 경제정책을 떠나 복지정책으로 자리 잡으면 경제생태계는 그리스처럼 회복불능의 상태로 황폐화될 것이다.
지금은 마중물보다 생태구조 혁신의 시대다. 이제부터 새 정부는 우리 경제 생태계의 끊어진 순환체계를 다시 잇기 위한 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그리고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생태혁신 방안의 큰 그림하에서 다시 재정리하도록 권한다. 따라서 추경안도 시급한 공공복지사회서비스 확충에 집중하고 그 이외는 재정투입의 효과를 중심으로 구성과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경제정책은 기다림과 결단의 역학이고 균형감과 긴 안목으로 미래를 경작하는 지혜와 담금질’이라는 경구를 다시 새기며 핵심 정책라인의 분투를 기대한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