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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더 쓰면서 덜 내고 싶은 마음

중앙일보 2017.07.05 02:25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저소득층과 기초연금을 받는 노년층에 1만1000원을 깎아주는 걸로 통신 기본료 폐지 논의 1라운드가 끝났다. 하지만 논쟁은 이제 시작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를 철회한 게 아니라 중장기 과제로 넘겼기 때문이다. 국회·시민단체·전문가·이동통신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든다. 민간 기업의 가격 정책에 외부인들이 개입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는가 하면, 제4 이통사를 설립하자,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자는 등의 얘기도 나온다.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이 와중에 많은 이에게 욕먹을 각오로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도대체 왜 통신 요금을 내려야 하나. 통신 요금 인하를 얘기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①국내 통신 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 ②그래서 마음 놓고 쓰질 못한다. 두 가지 전제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글로벌 통계 여러 개가 이를 증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34개국을 비교했다. 물가와 소득 수준 등의 차이를 없앤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따지니 한국 이동전화 요금이 OECD 회원국 중 평균보다 그룹별로 15~39% 쌌다(2015년 기준).
 
도쿄·뉴욕·런던·파리·뒤셀도르프·스톡홀름·서울을 비교한 일본 총무성 조사(2015년)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모든 스마트폰 사용 그룹에서 요금이 싼 순위로 2위 또는 3위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세계 평균보다 3배 많은 스마트폰 데이터를 쓴다(2017년 기준).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SA)에 의하면 한국인 1인당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은 세계에서 네 번째(6.37GB)다. 한국 위에는 핀란드(17.31GB), 대만(13.3GB), 일본(6.64GB)밖에 없다.
 
최근 카톡으로 받은 유머 ‘한국인 고문방법 8가지’ 중 2개는 스마트폰·정보기술(IT) 관련이다. ‘화장실 갈 때 휴대폰을 못 갖고 가게 한다’와 ‘인터넷 속도를 줄인다’. ‘한국인=스마트폰 많이 쓴다’는 우리 스스로도 수긍하는 공식이다.
 
더 쓰면서 덜 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공짜는 없다. 한때 통신은 전기·수도·도시가스 요금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였지만 이젠 아니다.
 
통신료를 깎아 달라기 전에 소비자가 ‘데이터 다이어트’를 진지하게 시도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쓰는 통신사의 요금이 너무 비싸다 싶으면 알뜰폰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도 최신 스마트폰에 빠른 데이터 속도를 누리면서도 덜 내고 싶은 마음은 지나친 욕심이다. 스스로 데이터 다이어트를 하기 힘들다면, 이통사에 억지로 요금을 내리는 대신 스마트폰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늘려 보라고 하면 어떨까.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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