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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고도 2802㎞면 사거리 8000㎞ … 알래스카 사정권

중앙일보 2017.07.05 02:01 종합 4면 지면보기
북한은 4일 오후 특별중대방송을 통해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해 목표구역을 정확히 타격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성공을 주장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팩트체크해 봤다.
 

화성-14형 진짜 ICBM 맞나
사거리 5500㎞ 이상이면 ICBM급
미국 “본토 위협 안되는 걸로 판단”

탄두부 대기권 재진입 성공했나
“탄두 폭발 않고 낙하” 성공 관측
“수백번 실험해야 완성” 신중론도

ICBM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 핵심은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다. 먼저 사거리의 경우 북한은 이날 보도를 통해 “시험 발사는 최대 고각 발사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정점(최고) 고도 2802㎞까지 상승하여 933㎞의 거리를 비행해 발사에 대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발사 직전의 화성-14형 미사일 탄두 부분에선 각종 비행자료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텔레메트리(원격측정장치)가 장착돼 있어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 북한 주장대로 최고 고도가 2800㎞ 수준이라면 지금까지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높은 고도였고, 사거리는 최소 800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각이 아닌 정상 발사(30~45도 발사) 시 사거리는 발사실험 때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를 종합해 추정한다. 통상 최대 고도의 3배 정도가 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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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이 5500㎞ 이상 날아가면 ICBM으로 분류한다. 사거리가 1만㎞까지 도달할 경우 미국 본토의 서부권, 1만2000㎞ 수준이면 동부 지역인 워싱턴과 뉴욕까지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사진에 따르면 화성-14형 1단 엔진에는 김정은이 지난 3월 18일 연소실험 직후 개발자들을 업어 주며 3·18혁명이라고 치하했던 신형 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조금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 역시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ICBM은 지상에서 발사 후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에서 비행한 뒤 목표지점을 앞두고 음속의 20배 안팎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충격과 섭씨 7000~1만 도에 이르는 고열이 발생하고 탄두 부분이 상당히 닳아 없어지는 삭마(削磨)현상이 발생한다. 일정한 삭마가 이뤄지지 않으면 탄두는 방향을 잃거나 진동이 발생해 공중에서 폭발한다. 재진입기술의 핵심이자 고난도기술이다.
 
한 정보 소식통은 “이번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공기 저항으로 속도만 일부 떨어졌을 뿐 궤도 등은 일정하게 유지했다”며 “탄두도 (폭발하지 않고) 동해상에 제대로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에 이어 장거리미사일에서도 재진입기술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이한 건 화성-14형의 탄두가 이전의 미사일들과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12·13형 탄두 앞쪽은 뭉툭하지만 거의 원뿔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쏜 미사일의 탄두 부분은 탄두 앞쪽은 뾰족하고 원뿔 중간이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열을 분산시키고 삭마 부분을 늘려 탄두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ICBM 개발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신중론도 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수백 차례의 실험을 반복해야 ICBM 개발 성공을 판단할 수 있다”며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 한 번으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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