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습 음주운전 사망사고 내면 … 일본 징역 22년, 미국 15년, 한국은 3년

중앙일보 2017.07.05 01:25 종합 14면 지면보기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를 일으켜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특히 음주 사망사고는 한 가정을 파탄내지만 한국 법원의 처분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크림빵 뺑소니’처럼 공분을 일으킨 사고의 선고결과도 국민의 상식과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론과 반대로 달리는 처벌
“음주사고를 일반 교통사고로 인식”
특정범죄 가중 적용 땐 30년형 가능
시동잠금 장치 장착 도입 목소리도

이런 지적을 일부 감안한 듯 법원은 지난해 5월 15일부터 바뀐 교통사고치사 사건(위험운전치사)의 양형기준을 적용 중이다. 음주 사망사고 운전자에 대해 징역 3년에서 4년6월까지 선고가 이뤄지고 있다. 개정 전 교통사고치사 사건의 기본구간 형량을 6개월 늘렸지만 가중구간(1~3년)은 그대로 뒀다. 음주·난폭운전을 보다 강하게 처벌하겠다며 특별 가중요소에 음주 등을 포함시켰는데, 가중 요소가 2개 이상일 경우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 상한의 절반만을 더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다시 음주운전 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할 경우 양형기준대로라면 최고 형량은 4년6월이다.
 
관련기사
실제 지난해 8월 법원은 사람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 기각돼 원심이 확정됐다.
 
수도권 지역의 한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험운전치사상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현행 법률상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일반 교통사고로 분류돼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 눈높이와 어긋나는 판결이 이뤄지는 이유는 여전히 교통사고를 실수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다는 지적이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처벌이 약한 이유는 법원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교통사고로 보기 때문”이라며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던 가장이 음주운전 차에 희생당했다면 묻지마 살인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학연, 연수원 동기·선배로 똘똘 뭉친 법조계 카르텔을 깨야 한다”며 “카르텔을 깨면 법조계 비리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주요 선진국은 음주운전을 상대적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일본 재판부는 음주 뺑소니 사고로 3명을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 역시 2007년 음주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 사망사고를 낸 피고인에게 징역 15년형을 내렸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큰 처벌이 뒤따르는 중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순우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수도 “음주는 운전에 필요한 전반적인 위험 대처 능력을 저하시켜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국내 현실에서 술을 마실 경우 차량의 시동을 잠그는 방지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앞서 2월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음주운전 사고 1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6243만원(한국법제연구원)으로 추산되는 현실에서 도입 여론이 일고 있다.
 
다만 음주운전 적발 횟수를 기준으로 시동잠금장치 부착 대상자의 결정과 잠금장치 부착 기간 등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현재 버지니아주 등 25개 주에서 모든 음주운전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노성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대체적으로 시동잠금장치 장착 기간 동안 음주운전 재범률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와 같이 논의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청주·김천=임명수·최종권·백경서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