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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수는 반발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7.07.05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결승전 1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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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보(130~144)=이제 반상에 남은 곳은 중앙뿐이다. 물론 중앙은 흑돌이 두텁게 포진해 있어 결국 흑집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 좌변 쪽 외벽이 완공된 상태가 아니라, 외벽 공사가 어떻게 마감되는가에 따라 이 판의 승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커제 9단은 131로 좌변 백에 밀착해 중앙 흑집의 외벽을 쌓기 시작했다. 앞서 바꿔치기로 하변을 백에 넘긴 흑은 최대한 중앙을 부풀려야 한다. 퉈자시 9단은 남은 시간을 다 쓸 것처럼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날 일자(132)로 중앙에 풍덩 뛰어들었다. 한 칸이라도 흑 집을 줄여보려는 몸부림이다.
 
아마추어 중에는 '참고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상대 손을 따라 백1로 호구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알기 쉽게 뒀다가는 중앙 흑집이 너무 커져서, 백이 집 부족으로 패배할 공산이 크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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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실력을 늘리는 방법의 하나는 최대한 상대 의도를 거스르는 수를 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가짐으로는 바둑을 잘 둘 수 없다. 고수는 반발할 타이밍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퉈자시 9단은 이 타이밍을 잡기 위해 한참을 골몰했고, 132에서 136까지 최대한 흑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 144로, 승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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