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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업무수첩,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 내용 받아 적은 것"

중앙일보 2017.07.05 00:01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자신의 업무 수첩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당시 나눈 내용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안 "굉장히 빨리 말해 내 의견 쓸 수 없어"
삼성 합병 관련 지시는 안 했다고 주장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재판 출석 거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4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은 2015년 11~12월 사이에 작성된 수첩 내용과 관련해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이 전화로 지시한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가감 없이 받아적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굉장히 빨리 말씀하셨기 때문에 의견을 쓸 수 없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2월 1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가 이뤄진 날 작성된 수첩 내용을 공개했다. 수첩엔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말 한 것이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은 “그런 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누가 한 발언인 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이재용 부회장 등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삼성 합병’ 찬성 지시 의혹은 부인했다.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지시를 받았냐”고 묻자 그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 공격 받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한 적 있냐”며 질문을 이어갔지만 안 전 수석은 “제 기억엔 대통령은 이 문제(삼성 합병)와 관련해 지시하거나 질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왕수석’으로 불리며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다. 그는 정유라 승마 지원,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핵심 혐의와 연관돼 있다.  
 
특히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 총수들과 단독 면담을 할 때 일정을 조율하고, 삼성 합병이 성사되도록 개입한 과정에 안 전 수석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이같은 특검팀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독대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는) 질책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면담 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도 승마 지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을 이어갔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삼성’의 관계에서 유일하게 인정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아프리카 순방 당시 삼성전자의 해외 수주를 도와주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중 지난해 5월 21일자 내용을 지목하며 메모 경위를 물었다. 수첩엔 ‘VIP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수주 도와줄 것’ 이란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특검팀은 박상진 전 사장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수주를 지시한 배경에 최순실씨가 있던 것은 아닌지 캐물었다. 박 전 사장의 진술 조서에는 “지난해 4월 최씨가 ‘독일 생활을 청산하고 정유연(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것’이라고 했다가 다시 ‘한국에서 생활할 수 없으니 계속 후원을 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 전 사장은 또 “최씨가 ‘삼성에 도와줄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걸 그대로 적은 것이다”며 “‘삼성전자가 아프리카에 상당히 많이 진출했고 실적을 올리고 있으니 수주할 게 있으면 도와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다만 “아프리카에서 삼성의 이미지가 좋았고 삼성도 순방 광고에 기여하니까 도와주라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삼성 재판 증인 출석 거부=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던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 증인 불출석 통지서를 제출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은 5일 이 부회장의 재판에 나오기로 돼있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본인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이영선 전 경호관의 ‘비선 진료 묵인’ 혐의 재판에도 두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정에서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법정 대면은 오는 10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엔 박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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