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왜 ICBM레드라인인가

중앙일보 2017.07.04 18: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3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방금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 사람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Does this guy have anything better to do with his life?)”라고 적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의 군사 동향을 보고받을 정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관심이 크다”던 전언이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밤중에도 워싱턴으로부터 1만㎞가 넘게 떨어져 있는 북한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때 “내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영광스럽게 그걸 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이날은 ‘이 사람’(this guy)라는 말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사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넘어서는 안 될 선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의 공공연한 대미 위협, 즉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북한의 주장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이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핵탄두 소형화를 달성한 데 이어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이 된다. 특히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게 되면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심적,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러시아·중국에 이어 북한마저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확보할 경우 미국으로써는 이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질책, 즉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써의 패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다.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가 더 늘어날 경우 ‘안전한 미국’‘미국 제일주의’를 믿었던 미국 국민들에게 동요를 야기할 수도 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본토)은 외부의 공격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라지만 9·11(2001년)테러 이후 군사적으로 본토가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미국 국민의 안전에 북한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데다, 이럴 경우 세계의 패권국가로써 자존심을 구길 수 있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을 재진입하는 기술(re-entry)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왔다. 북한에서 미국으로 미사일을 쏘더라도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7000도 이상을 견뎌내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2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쏘았고 지난 5월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지난해 500㎞ 이상 날려 보내는데 성공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북한에서 직접 미국 본토를 향해 공격할 수 있고, 미국 동부나 서부 해저의 북한 잠수함이 미사일을 쏠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미국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한국에 판매하지 않았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재즘’을 군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 공군에 배치했다. 유사시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폭격하기 위해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