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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이벤트 한가운데 미사일 쏜 북한의 의도는

중앙일보 2017.07.04 17:03
 북한이 또 보란듯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대화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기로 한 지 5일 만에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지난달 20일 이후 일체의 공개활동을 중단하다가 14일 만에 등장했다.
이날은 7ㆍ4 남북공동성명 45주년이자 미국 독립기념일(현지시간 4일)이다. 주요 20개국 회의(7~8일)의 목전이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택일’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 2006년과 2009년 미국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각각 7발의 탄도미사일을 쏘거나 지난해 정부수립일(9월 9일)을 기해 5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 역시 과거와 같은 ‘타이밍 도발’로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7ㆍ4 남북공동성명 미국 독립기념일 당일, G20 목전
문재인 대통령 대화 손짓에 2803Km 날아가는 초기형 ICBM 날려 일단 거부
한미 '레드라인' 설정한 미사일, 강경에는 초강경 북한식 대응
미국 본토 타격 가능한 ICBM 추가 발사 가능성도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해 미사일을 쏘거나 각종 기념일에 핵실험 등으로 내부결속력을 다지고 주변국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무력시위를 한 적이 있다”며 “오늘(4일) 발사한 미사일은 장거리 로켓처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날짜를 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 접촉을 허용하고,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거나 마련하는 중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경에는 초강경’이라는 북한 식 대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를 해왔다”며 “주변 국가들이 공공연히 '레드라인'(한계선)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거나 주도권을 빼앗길 경우 내부적으로는 ‘무릎을 꿇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내 갈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식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하더라도 핵탄두와 ICBM을 완성한 뒤 핵무기보유국 입장에서 임하겠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과거 특사교환이나 한국의 대화손짓에 반응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은 스타일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통일공감포럼 대표)은 “김정일시대에 북한이 생각하는 남북대화와 김정은시대의 남북대화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며 “북한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남한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라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 당시와 같은 대화 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서 대북 접근법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 발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최고 고도의 3배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화성-14의 사정거리는 8500㎞(최고고도 2803㎞X3배) 안팎인 초기형 ICBM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만㎞이상이 돼야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만큼 북한은 1만㎞ 이상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해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성능을 정밀분석중인 정보 당국은 화성-14가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사정권에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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