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 중 잔 학생 이마에 매직으로 '잠깨'" 울산 우신고 논란

중앙일보 2017.07.04 12:02
울산 우신고 학생들이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익명의 계정으로 학생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캡처]

울산 우신고 학생들이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 '울산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익명의 계정으로 학생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 캡처]

교사들의 학생 체벌·폭언 의혹이 제기된 울산 우신고를 울산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의혹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청은 이 학교 학생들 상당수가 발바닥 또는 머리를 맞는 등 상습적인 체벌을 받고 “이 새X, 저 새X, 미친X”과 같은 욕설 등을 교사에게서 들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교사가 학생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 울산교육청 조사 결과 공개
학생들, 교육청 조사에서 폭언·막말 교사 30명 지목
"체벌?폭언 상습적"… "답 틀린 학생 이마에 X 써"
교육청, 관련 교사 조사 안 해…"교육부 감사 나서야"

4일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울산교육청이 학생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의 요약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7일 울산교육청이 이 학교 학생 945명을 대상으로 했다. 학생들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지목한 교사는 30명에 달했다. 울산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했고, 학교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14일 열었다. 학교는 10명의 교사를 징계 하는 데 그쳤다. 교사 1명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1개월) 처분을 받았다. 교사 2명은 감봉(1개월), 나머지 7명은 견책 또는 경고를 받았다.  
 
김 의원실이 언론에 배포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945명 중 교사에게 폭언·체벌을 경험했다는 학생은 20%(189명)에 달했고, 7%(66명)는 인권침해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교육청 조사에서 다양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A교사는 수업 시간에 “00가 강간을 당했어” 등 극단적인 예시를 들거나 무릎을 꿇리는 등 수업 중 잦은 폭행과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봉 1개월 처분이 내려진 B교사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학생의 이마에 분필로 X자를 그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나왔다. 감봉 1개월을 받은 또 다른 C교사에 대해 학생 13명은 “학생생활지도를 이유로 발바닥을 회초리로 때렸다”고 증언했다. 또 16명은 “수업 중 졸거나 과제물을 늦게 냈다고 머리를 때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막말과 폭언도 일삼았다고 교육청 조사에서 말했다. 수업 중 졸다 걸린 학생의 이마에 매직으로 ‘잠깨’를 쓴 사례도 나왔다. 또 쉬는 시간마다 학생에게 창피를 주거나 “이 새X, 저 새X” 등 학생에게 수시로 욕설을 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있었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교실 앞 신발을 치우라고 했는데 이를 듣지 않자 교실 안에 있는 신발 6, 7켤례를 더 찾아 4층 창문밖으로 던졌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방송부 일로 여학생과 말했을 뿐인데, 여학생과 말을 했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초 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교사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체벌하고 폭언을 했다는 제보를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국민신문고엔 “우신고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및 성희롱, 상습체벌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재학생·졸업생과 일부 교사의 민원 41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한편 우신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지난달 14일 학교 측의 징계위원회가 열리기까지 관련 교사들을 울산교육청 차원에서 조사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SNS를 통해 교사들의 지속적인 폭력뿐 아니라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됐고 설문 조사에서도 상당 수 피해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울산교육청 차원에서 특별장학이나 감사 등 해당 교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울산교육청이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교육부 차원에서라도 감사를 진행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