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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FTA 검투사 김종훈, “문재인에게 묻고 싶다. 똑같은 FTA인데 그 땐 왜 반대하고, 지금은 왜 지켜야하는 건가”

중앙일보 2017.07.04 11:09
“똑같은 FTA인데 그 땐 왜 반대하고, 지금은 왜 지켜야하나.”
3일 오후 수화기를 통해 전해져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불거져 나온 FTA 재협상 논란에 대해 물어본 참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야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서 반대하던 분들께 (입장이 달라진 이유를) 한 번 묻고 싶다”고 했다.

'매국노'라 불리던 한미 FTA 주역 김종훈,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야당에 묻고 싶다.
그때는 반대하고 지금은 왜 지키려 하나"

지난 3월 15일 한미 FTA 발효 5주년 좌담회에 참석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정동 기자]

지난 3월 15일 한미 FTA 발효 5주년 좌담회에 참석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최정동 기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한·미 FTA는 미국에는 ‘불공정한 협정’(rough deal)이었다”고 주장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FTA 재협상은 사실과 다르다”며 “문 대통령은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며 공동조사를 제의했다”고 부인했다.
 
2012년 2월 8일 민주통합당 한미FTA 반대시위.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까지 이동후 대표단3명이 서한을 갖고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중앙포토]

2012년 2월 8일 민주통합당 한미FTA 반대시위.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까지 이동후 대표단3명이 서한을 갖고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중앙포토]

 
김 전 본부장은 이를 “반전”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이 6년 전만 해도 FTA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종속이론을 들이대며 ‘미국하고 (FTA) 하다간 밑에 깔린다’, ‘주권을 팔아먹는다’고 연일 시민단체들과 장외시위를 하고, 저를 ‘매국노’ 취급했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집회. 야당과 반대단체 주최로 열렸다. [중앙포토]

2011년 11월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집회. 야당과 반대단체 주최로 열렸다. [중앙포토]

 
김 전 본부장은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2006년부터 6년간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여 ‘검투사’란 별명을 얻었다. 당초엔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7년 4월 타결됐으나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08년 ‘쇠고기 협상’을 수용하면서 시위가 벌어졌고 미 의회에서도 수정 요구가 있어 2010년 추가협상까지 해야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선 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미 FTA를 ‘신을사늑약’이라고 했고 김 전 본부장을 향해 “옷만 바꿔 입은 ‘이완용’”이라고 공격했다.김 전 본부장이 정치권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하며 “FTA는 나라 팔아먹는 협상이 아니라는 걸 설명해 정치권의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해 대선에 나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TV 토론에서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한·미 FTA에 찬성했는데 재협상 없이 가도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2007년 6월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를 위해 당시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이후 6년간 협상을 벌이며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중앙포토]

2007년 6월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를 위해 당시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이후 6년간 협상을 벌이며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중앙포토]

 
하지만 이후 상황은 그의 각오와 다르게 전개됐다고 한다. “국회에 오면 멱살이라도 잡힐 줄 알았는데 4년 동안 아무도 저에게 FTA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았다”며 “당시 걱정했던 농업 분야 등에서 별다른 피해도 없고, FTA를 통해 얻는 이득이 많다는 것이 확인돼서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반대로 내가 야당 정치인들에게 따질까 싶기도 했지만 정치라는 게 감정대로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 전면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봤다. “미국 경제계가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협정에 문제가 있다면 어느 부분을 고쳐야하는지 제안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미 무역대표부(USTR)도 어떤 근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는 여전히 양국에 이익이다. 지난 5년간 세계 교역이 연평균 2.0% 감소했지만 한미 교역은 1.7%가 증가했다”고도 했다.
 
 
 
 
19대 국회 이후 정계에서 물러난 그는 연세대 경영대 특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청와대나 우리 사회에서 한·미 FTA를 ‘나라 팔아 먹은 협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으니 정계에 입문한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된 셈”이라며 “이번 개정 논란 덕분에 학생들에게 해 줄 이야기도 더 많아졌다”고 했다. “우리보다 큰 시장이 개방을 장려한다면 (그 시장에서) 얻어먹을 게 많다. 그래서 FTA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지론”이라며 말을 맺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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