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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에 예민한 미국 항공사들

중앙일보 2017.07.04 09:20
하와이안항공의 진정서 주요 내용
 
대한항공-델타항공이 독점금지법 적용 제외 기준을 충족하는지 재검토 요구
소규모 항공사도 한미 노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 포함 요구
대한항공-델타항공이 독점금지법 적용을 제외한다면 유효기간을 5년으로 지정 요구
    

한미 12개 노선 중 9개 노선 과점
‘독점적 지위’ 아니라는 증거 제시해야 허가
아시아나·유나이티드도 합작 가능성 제기

 
하와이는 제도다. 하와이안항공이 전혀 다른 풍광을 지닌 6개 섬을 연결한다.[사진제공=하와이안항공, 하와이관광청]

하와이는 제도다. 하와이안항공이 전혀 다른 풍광을 지닌 6개 섬을 연결한다.[사진제공=하와이안항공, 하와이관광청]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조인트벤처에 미국 중견 항공사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미국 항공 당국에 진정서까지 제출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하와이 최대 항공사 하와이안항공은 지난달 5일 미국 교통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는 ‘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미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항공도 5월 18일 비슷한 내용의 진정서를 미국 항공 당국에 제출했다.  
 
미국 항공사들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조인트벤처가 항공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항공사 파트너십은 6단계로 구분한다(표 참조). 이중 조인트벤처(4단계)는 지분에 참여하지 않는 선에서 최고 수준의 협력이다.
 
 
항공사 파트너십의 단계
 
1단계 공동운항협정 2개의 항공사가 1개의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편명을 공유
2단계 항공동맹 여러 항공사가 연합체 구성
3단계 수용력구매계약 한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 특정 노선의 좌석을 도매로 구매
4단계 조인트벤처 특정 노선에서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통합법인이 공동으로 영업
5단계 지분참여 한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 소수 지분을 매입
6단계 흡수합병 항공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 매입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 각 항공사는 특정 노선에서 하나의 기업처럼 통합법인이 공동으로 영업한다. 스케줄이나 운임, 공급 좌석을 양사가 어떻게 공급할지 조인트벤처가 결정한다. 투입 비용이나 거둬들인 수익도 공유한다.
 
대한항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승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늘어난다. 델타항공 노선을 대한항공과 똑같이 예약·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88개국 24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취항하는 미국 도시 곳곳의 연결편 항공기를 대한항공 고객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전 좌석 지정이나 자동 발권, 마일리지 업그레이드 등 서비스 혜택도 동일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담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서로 다른 2개의 법인이 특정 노선에서 완전히 같은 회사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독점법, 한국은 공정거래법으로 담합을 금지한다. 조인트벤처 설립 전 항공 당국 허가가 필요한 이유다.
 
한·미 노선 수송실적 (기준: 2016년 여객수,단위: 명)
 
구분 노선 대한-델타 조인트벤처 설립시 여객수·점유율
독점노선 디트로이트 22만7156(100%)
애틀랜타 19만4459(100%)
워싱턴 16만4928(100%)
휴스턴 9만6075(100%)
라스베이거스 9만8359(100%)
과점노선 로스앤젤레스 53만894(50.4%)
시카고 16만4927(59.6%)
뉴욕 46만803(60.8%)
시애틀 26만394(64%)
경쟁노선 샌프란시스코 21만9137(32.2%)
댈러스 10만2923(37.5%)
호놀룰루 25만9954(39.7%)
 자료: 한국공항공사
 
하와이안항공·제트블루항공은 대한항공·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 한·미 노선 독점을 우려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수 기준 한미 수송실적 점유율은 대한항공 49.5%(1위·242만885명), 델타항공 7.4%(3위·35만9124명)다. 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가 등장하면 단순 합산해도 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
 
 
대한항공-델타항공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협정  (서울=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열린 대한항공-델타항공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협정 체결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6.24 [대한항공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한항공-델타항공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협정 (서울=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열린 대한항공-델타항공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협정 체결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6.24 [대한항공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CEO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CEO

지난해 연말 기준 한·미 양국이 승인한 노선은 12개다. 이 중 델타항공은 1개, 대한항공은 4개 노선을 독점(점유율 100%)하고 있다. 또 인천-시애틀 노선(델타 32.5%, 대한 31.6%) 등 양사 점유율 합계가 50% 이상인 노선은 4개다. 즉, 조인트벤처 설립 시 12개 중 9개 노선을 과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조인트벤처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27일 ‘국적항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에 조인트벤처 설립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승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항공 당국은 아메리칸항공-일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전일본공수 조인트벤처를 허가했다. 반면 콴타스-아메리칸항공 조인트벤처는 지난해 12월 불허했다. 당시 미국 교통부는 “미국-호주 노선은 국제 교통 흐름에서 고립돼 있는데, 콴타스항공-아메리칸항공 조인트벤처는 점유율의 60%를 점유한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유나이티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

 
한편 아시아나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도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나이티드항공이 델타항공과 경쟁 관계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는 10월 인천-나리타 노선 운항을 포기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던 한국인 승객을 상당부분 잃게 된다. 따라서 유나이티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 델타항공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방대한 아시아나 중국 노선을 확보할 수 있다”며 두 회사의 조인트벤처 설립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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