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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미군 초청 행사만 하면 반미투쟁 도구로 삼나

중앙일보 2017.07.04 02:27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방현 내셔널부 기자

김방현 내셔널부 기자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할 주한미군을 위해 충남 천안시가 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시민단체와의 마찰을 우려해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의 부적절한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천안시에 따르면 시는 주한미군과 천안시민이 함께하는 한국식 핼러윈 축제인 ‘도깨비축제’(가칭)를 계획했다. 미국의 핼러윈 시즌에 맞춰 오는 10월 27일부터 3일간 미군과 그 가족, 천안시민이 함께 열 예정이었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천안까지는 자동차로 30~40분이면 닿는다. 평택에 오는 미군과 그 가족은 4만4000여 명이나 된다. 시는 축제 계획을 주한미군에 알렸고 예산 7000만원도 확보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달 30일 보조금 심의위원회를 열어 축제 예산 지원 보류 결정을 했다. 일부 심의위원이 “시민단체가 몰려와 반미 시위라도 하면 축제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가수 인순이씨가 공연 불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가수 인순이씨가 공연 불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로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각종 범죄와 환경오염 행위 등으로 주한미군에 부정적 시각이 있는 만큼 축제를 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류 결정에는 지난달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주최 ‘미군 2사단 콘서트’가 일부 시민단체의 시위로 파행을 빚은 사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는 축제에 미군을 포함해 다른 외국인을 두루 참여시키는 쪽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오는 8월 심의위원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축제가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이번 축제가 무산되면 천안시 경제에는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시는 미군들과의 교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축제를 계기로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천안시는 평택 미군 기지에 천안 지역 농특산물을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천안시 미분양 아파트에 미군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철모 천안시 부시장은 “ 논란이 자칫 천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미군들에게 심어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정치적 반미 운동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행사까지 발목 잡는 사례가 반복되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미나 반미보다는 용미(用美)의 관점에서 지자체의 미군 행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방현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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