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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도도한 자태 제주은갈치, 어떻게 즐겨도 사르르

중앙일보 2017.07.04 01:17 종합 16면 지면보기
제철 이 식당
‘제철 이 식당’은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 한 가지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한다. 이번엔 제주은갈치다.

1m짜리 통구이, 보기만 해도 군침
조림 요리는 고추장 대신 간장 양념
바로 끓여 내야 고소하고 부드러워

 
갈치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고? 아니다. 갈치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제주도에서 잡히는 은갈치가 단연 으뜸이다. 수입 갈치에 비해 부드럽고 고소하다. 더플라자 조리기획담당 김창훈 셰프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생선일수록 활동성이 떨어져 맛이 없는데 제주은갈치는 수심 60m 정도로 깊지 않은 곳에 서식해 맛이 좋다”고 말했다. 몸값은 좀 비싸다. ‘제주바릇’ 이태준(63) 사장은 “요즘 많이 나오는 세네갈 등 수입 갈치는 제주도산보다 가격은 3~4배 저렴하고 사이즈는 커서 좋아 보인다”며 “하지만 살살 녹는 제주도산과 달리 퍽퍽하고 맛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선 1년 내내 갈치가 잡히지만 제철은 여름이다. 오승길 서귀포수협 대리는 “날씨가 따뜻할수록 갈치 수확량이 느는데 특히 7월부터 수확량이 많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제주도 현지 못지않은 제주 음식 전문점들이 있다. 서귀포수협에서 제주은갈치를 공급하는 서울·경기도 지역 식당 중 3곳을 추천했다.
 
통갈치구이로 유명한 ‘제주식당’
 
길이 1m짜리 제주은갈치를 통째로 그릴에 구워내는 제주식당의 ‘은갈치통구이’. [김춘식 기자]

길이 1m짜리 제주은갈치를 통째로 그릴에 구워내는 제주식당의 ‘은갈치통구이’. [김춘식 기자]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정문 건너편 ‘제주식당’은 2000년대 초반 한남동에서 이자카야 ‘쇼부’ 등을 운영했던 박윤상(52) 대표가 하는 제주음식 전문점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제주도에 살았던 부인 민영숙(52) 대표를 위해 종종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던 부부는 2011년 아예 제주음식점을 차렸다. 갈치구이·갈치조림·고등어조림·돔베고기 등 다양한 제주음식 중에서도 대표 메뉴는 제주도 은갈치통구이다. 1m짜리 갈치를 통째로 그릴에 굽는데 제주도에서 보던 통갈치를 서울에서 맛보려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박 사장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주식당에 온 만큼 제주도산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이틀에 한 번씩 제주도 서귀포에서 갈치 100마리씩 받는다”고 말했다. 갈치조림은 채소 육수에 고춧가루·된장·간장·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끓인다. 특히 식당에서 갈치 가시를 제거한 뒤 끓여 낸 뼈 없는 제주은갈치조림이 인기다.
 
식당에서 직접 가시를 제거한 뒤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을 넣어 조려낸 ‘제주식당’의 뼈 없는 제주은갈치 조림(하단 왼쪽에서 둘째)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 [김춘식 기자]

식당에서 직접 가시를 제거한 뒤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을 넣어 조려낸 ‘제주식당’의 뼈 없는 제주은갈치 조림(하단 왼쪽에서 둘째)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 [김춘식 기자]

성인 손바닥만큼 큼지막한 갈치 한 토막과 장조림, 나물, 잡채 등 밑반찬이 나오는 제주도산 갈치구이백반은 3만5000원. 뼈 없는 제주은갈치조림은 5만5000원
 
(2인분 기준), 은갈치통구이는 크기에 따라 10만·15만원이다. 통갈치에 산낙지와 전복 등을 넣고 조려 낸 통갈치조림은 15만·20만원이다.
 
갈치회가 일품인 ‘제주물항1950’
 
제주도에서 항공편으로 오전에 보낸 싱싱한 제주은갈치로 만든 ‘제주물항1950’의 갈치회. [사진 제주물항1950]

제주도에서 항공편으로오전에 보낸 싱싱한 제주은갈치로 만든 ‘제주물항1950’의 갈치회.[사진 제주물항1950]

서울 방배동 내방역 5번 출구 앞 ‘제주물항1950’은 입구에 나란히 서 있는 2개의 돌하르방이 먼저 반겨 준다. 전국에 제주물항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많은데 이곳은 이름 뒤에 한라산 높이인 1950을 붙여 차별화했다.
 
스키장·놀이동산에서 매점을 하던 노달환(54) 사장은 2009년 제주도에서 건어물 사업을 하는 사촌형의 도움으로 제주음식점을 열었다. 갈치회·고등어회·자리돔회 등과 갈치·고등어조림, 오분자기뚝배기 등 제주도 향토음식을 판다. 대표 메뉴는 싱싱한 갈치회다. 당일 오전 비행기 편으로 올라온 갈치를 손질해 저녁 손님상에 낸단다. 다만 날씨 등 제주도 현지 사정으로 갈치나 해산물이 올라오지 못할 때가 가끔 있어 맛보려면 식당에 가기 전날 미리 문의해야 한다.
 
모든 식재료는 제주도산만 사용한다. 이 때문에 거의 매일 제주도에서 비행기 편으로 식재료를 받는다. 노 사장은 “손님 중 90% 이상이 단골이라 외국산을 사용하면 손님이 먼저 알아채 바로 문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치회 가격은 양에 따라 다른데 7만·10만원 두 종류다. 갈치조림 역시 양에 따라 6만·7만원이다.
 
갈치조림 맛집 ‘제주바릇’
 
고향이 제주도인 이태준 사장이 2011년 경기도 고양시에 연 제주음식 전문점이다. 바릇은 제주도 말로 바다를 뜻한다. 제주도 바다는 이 사장의 일터였다. 제주시 애월읍 인근 바닷가에서 제주음식을 팔던 이 사장은 육지에 사는 4대 독자인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아들이 있는 고양시에 올라왔다. 이 사장은 “제주도에 살 때 우리가 먹던 대로 음식을 해서 팔았는데 관광객이 좋아했다”며 “제주도에서도 통했는데 서울에서 안 통하겠느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며 웃었다.
 
실제 제주바릇에서 파는 음식은 제주도의 조리법 그대로 요리한다. 예를 들어 갈치조림은 고추장 대신 간장·고춧가루·물엿만 넣어 국물 없이 조려 낸다. 이 사장은 “고추장을 넣으면 갈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며 “제주은갈치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면 양념을 적게 하고 바로 끓여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든 요리는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를 시작한다. 1주일에 두 번씩 제주도 서귀포수협에서 갈치를 받는다. 갈치조림 가격은 3만원. 갈치구이는 성인 손바닥 길이만 한 갈치가 세 토막 나오며 가격은 4만5000원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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