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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패션의 생명은 창의성 … 디자이너 꿈 키워주는 게 내 할 일”

중앙일보 2017.07.04 01:15 종합 17면 지면보기
한 끗 다른 생각이 프레임을 바꾼다. 가브리엘 샤넬(1883~1971)의 패션도 그러했다. 클러치백에 체인 끈을 달아 두 손을 자유롭게 했고, 남성 속옷으로 쓰이던 저지 원단을 이용해 편안한 여성복을 만들었다.
 

샤넬 패션부문 CEO 파블로브스키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전시로
브랜드의 ‘숨겨진 각도’ 보여줄 것
내년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도 열어

샤넬 패션부문 최고경영자(CEO)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사진 샤넬]

샤넬 패션부문 최고경영자(CEO)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사진 샤넬]

6월 23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은 브랜드의 창의적 유산을 응집해 보여 주는 행사다. 2015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두 번째로 서울을 찾았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재창조한 고급 여성복 오트 쿠튀르, 샤넬이 생전에 선보였던 ‘비주 드 디아망’ 하이 주얼리 컬렉션, 전설적인 넘버5 향수를 집중 조명한다. 방식 역시 파격적이다. 실제 샤넬 공방의 옷감을 걸어 두며 그림자 영상으로 제작 과정을 보여 준다거나 생전 샤넬 여사를 증강현실로 불러내는 식이다. 지난달 19일 전시 오프닝 참석차 서울에 온 샤넬 패션부문 최고경영자(CEO)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55)를 만났다. 그는 이번 전시를 “또 한번의 도전”이라며 “샤넬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성공한 유일한 패션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1990년부터 샤넬에 근무한 파블로브스키는 2004년부터 14년째 패션부문 회장을 맡고 있다. 
 
전시의 두 번째 도시로 왜 서울을 택했나.
“한국과의 러브 스토리라고 해야 할까(웃음). 샤넬은 이미 ‘블랙 재킷’(2012), ‘샤넬 문화전’(2014), 그리고 크루즈 컬렉션(2015)까지 서울에서 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숨겨진 각도’를 보여 주고 싶었다. 샤넬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변모했고, 또 얼마나 완벽함을 기하는가다. 전시 자체가 세계 순회전인데 서울은 관람객이 이러한 메시지를 수용할 준비가 된 곳이었다.”
 
준비가 됐다는 의미가 뭔가.
“한국에 정식 진출한 지 꼭 20년이다. 샤넬을 알리 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여긴다. 특히 2.55핸드백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샤넬의 DNA는 패션이다. 일 년에
 
전시장을 장식한 여배우들의 사진.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오트 쿠튀르 의상과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의 리에디션을 걸치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샤넬]

전시장을 장식한 여배우들의 사진.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오트 쿠튀르 의상과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의 리에디션을 걸치고 포즈를 취했다.[사진 샤넬]

8개의 컬렉션을 열고, 새로운 제품이 두 달에 한 번꼴로 매장에 나온다. 옷 한 벌마다 극단적일 만큼 완벽을 기하는 창의적인 브랜드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전시·컬렉션 등 샤넬 행사를 꾸준히 서울에서 마련했다. 내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래그십 매장 중 하나를 연다. 그곳에서 브랜드의 총체적 이미지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패션계 전반이 오프라인보다 디지털로의 전환을 꾀하는데.
“현재 향수·화장품은 일부 온라인 판매를 하지만 패션은 아니다. 언젠가 대세를 따르더라도 서두를 생각은 없다. 샤넬은 매장이 아주 특별한 역할을 한다. 손님이 직접 와서 입어 보고 만져 보며 창의성의 가치를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매장에서 샤넬 옷을 입어 본 손님이라면 빈손으로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을 거다. 샤넬은 오히려 앞으로 매장 직원들의 고객 관리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작 밀레니얼세대는 다른 소비방식을 원하지 않을까.
“우리도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결론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접속하며 굉장한 정보를 얻지만 한편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분명해진 다음에야 제품에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이고 왜 쉽게 제작될 수 없는지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양질의 제품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오트 쿠튀르 공방을 모티브로 한 ‘감각 전시실’. 옷감이 커튼처럼 내려진 길을 따라가면 장인들의 섬세한 작업을 그림자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진 샤넬]

오트 쿠튀르 공방을 모티브로 한 ‘감각 전시실’. 옷감이 커튼처럼내려진 길을 따라가면 장인들의 섬세한 작업을그림자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진 샤넬]

 
온라인에 비중을 안 둔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는 업계 1위다.
“인스타·페이스북·스냅챗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는 카카오, 일본에서는 라인, 중국에선 위챗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판매와 별도로 온라인에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콘텐트를 만들어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는 게 흥미진진하다. 가령 6명의 인물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똑같은 핸드백을 들고 나오는 광고 영상이라면 사람들은 그중 하나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을까. 동시에 수백만 명이 본다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부메랑 논란처럼 온라인의 파급력이 부정적일 때도 있는데.(※올봄 샤넬이 내놓은 1325달러짜리(약 151만원) 부메랑은 SNS에서 “호주 원주민 문화 도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맞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상처 입은 이들이 있음을 깨닫고 공식 사과했다. 이번 일로 얻은 교훈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때로 방향을 바꾸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은 제로에서 시작하기에 예측할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된다. 중요한 건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도약하는 거다. 창의성은 그런 실패를 이겨 내고 가야 한다.”
 
경영자로서 창의성에 대한 철학은.
“디자이너의 꿈을 배양시키는 게 내 역할이다. 샤넬은 창의성이 생명 이다. 그의 꿈이 크면 클수록 매출액으로 이어진다.”
 
라거펠트 의견에 반대한 적은 없나.
“라거펠트는 나와는 물론이고 작업을 구상하는 스튜디오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와도 26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다들 애처럼 꿈을 꾸지만 그의 영감과 야심을 위해 필요한 순간 역량을 발휘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라거펠트의 생각에 대해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하느냐를 정한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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