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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약속 지켜라” 대통령 압박한 전교조

중앙일보 2017.07.04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전교조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법외노조 철회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후보 시절 법외노조 철회 동의” 주장
대통령 후보 때 직접 언급 안 했지만
민주당 대선공약집엔 합법화 나와
교총 “정부 맘대로 뒤집어선 안 돼”

전교조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측과의 어떤 만남에서도, 총리·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는 답변은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인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회견 직후 집행부 25명은 광장에서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삼천배를 했다.
 
전교조는 14일까지 열흘간 삼천배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삼천배는 청와대에 읍소하는 게 아니고 정부를 광장에 호출하려는 것이다. 삼천배가 끝나기 전에 광장에서 정부와 다시 만나 초심을 함께 다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4일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에도 나서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에서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전교조 합법화를 자신에게 약속했다고 공개했다. 조 위원장은 “1월 19일 시내 모처에서 문 당시 후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문 후보는 ‘박근혜 정권의 행위를 규탄해 왔다. 법외노조 문제, 내가 집권하면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믿고 싶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때 도 “돌아오는 응답은 미약하고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불신으로 또는 분노로 치닫는 위치에 서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전교조가 압박 수위를 높인 배경엔 ‘정부가 법외노조 철회에 대해 미온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 서면답변 등에서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고된 노조 전임자의 징계 절차가 임박한 것도 전교조가 강경 대응에 나선 이유로 보인다. 지난해 노조 전임자 34명이 해고된 데 이어 올해도 16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익명을 요청한 전교조 관계자는 “전임자 해고 문제는 전교조의 존립과 관계된 사안”이라며 “법외노조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현 지도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식석상에서 전교조 합법화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전교조 등 50여 단체가 속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가 각 정당에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법외노조 철회 부분에 ‘동의’라고 표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집에서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사항에 대한 비준과 교원노조법 개정 등 ‘합법화’를 약속했다.
 
전교조 등에서 합법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논의된다. 하나는 2013년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는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출범 직후 공개한 ‘신정부의 국정환경과 국정운영 방침’ 보고서의 10대 과제 중 둘째로 포함됐다. 다음은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2조) 자체를 개정하는 방식이다. 전교조가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하지만 둘 다 쉽진 않다. 법원은 이미 1심(2014년 6월)과 항소심(지난해 1월)에서 법외노조 조치를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2015년 5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단한 교원노조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법에 따라 결정한 사안을 자의적으로 뒤집는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정현진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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