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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김정숙 여사 패션, 이토록 '얘기되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7.07.04 00:01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버선코 구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버선코 구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 간 미국 순방을 마치고 2일 귀국했다. 돌아오자마자 시험지 채점하듯 실리를 따지는 와중이지만 이와 별개로 절대적 승자는 따로 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다. 언제부터 퍼스트레이디 옷에 이토록 관심이 많았던가 싶게 뉴스가 쏟아졌고, 패션 하나로 방미 이후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양상이다. "국격이 다른 패션 외교" "멜라니아 트럼프에 뒤지지 않는 패션 센스" 등의 반응이 기사 댓글로 나타났다.
 

'엄마가 물려주신 옷감' 사적 스토리텔링
즉석에서 옷 벗어 선물하는 깜짝 이벤트
"패션 마케팅 관점에선 최고의 전략 녹여"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양국 정상 간 만찬에 참석한 모습. 김 여사의 어머니가 물려준 옷감으로 제작된 한복을 입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9일 오후(현지시간)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한미 양국 정상 간 만찬에 참석한 모습. 김 여사의 어머니가 물려준 옷감으로 제작된 한복을 입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여사가 공식적으로 입은 옷은 한복과 양장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전통, 패션을 만나다'를 컨셉트로 한국적 이미지를 살린 의상이 대다수였다. 정영환 작가의 푸른색 회화 작품이 프린트 된 롱재킷부터 흰색 저고리에 푸른색 치마 한복, 전통 민화를 모티브로 한 블라우스, 분홍빛 누빔 장옷 등을 선보였다.    
 
여기까지는 웬만큼 아는 사실. 궁금한 건 이제부터다. 퍼스트레이디가 한복 혹은 한국적인 의상을 입고 해외 순방길에 나선 게 어제 오늘 일이었던가. 김옥숙·손명순·이희호·김윤옥 여사의 공식 의상은 모두 한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얼마나 다양한 색깔과 무늬의 한복을 입었는가는 따로 덧붙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 패션이 화제를 낳고 대중의 호감을 얻었을까.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모습. 정영화 작가의 회화 작품이 프린트 된 재킷을 걸쳤다. [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모습. 정영화 작가의 회화 작품이 프린트 된 재킷을 걸쳤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패션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최고의 전략이 녹아들었다"고 해석한다. 가장 큰 무기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스토리텔링이란 이름 그대로 대상에 이야기를 입혀서 차별화를 두는 것. 특히 패션처럼 품질·디자인만으로 승부를 내기 어렵고 원조를 베낀 미투 상품이 쏟아지는 산업에선 더욱 효과적이다. 옷 한 벌이, 핸드백 하나가 나오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말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가령 샤넬 드레스를 장식하는 별 무늬는 샤넬 가브리엘 여사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아원 '오바진'의 바닥 문양이었다거나, 펜디의 바게트백이 겨드랑이에 빵을 끼고 도심을 활보하는 여자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식이다. 이렇게 배경을 알고나면 소비자들은 낯선 대상에도 금세 친근함을 느낀다.  
 
김 여사의 경우 한복에 대해 "광장시장에서 수십년간 포목점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결혼 당시 물려준 옷감으로 만들었고, 천연 쪽물과 홍두깨를 사용한 전통방식의 원단"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버선코 구두도 직접 디자인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옷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스토리를 공개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인 셈. 동국대 여준상 교수(경영학과)는 "그 어떤 고유명사나 숫자보다 사적인 이야기가 쉽게 기억에 남는 게 스토리텔링"이라면서 "특히 누가 들어도 믿을 수 있는 진정성을 갖추면서 짧고 간략할 수록 전달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3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초청간담회'에서 조앤 허버드 전 주한대사 부인에게 분홍색 코트를 보여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형문화재 누비장 김해자 선생의 작품이다. [사진 청와대]

3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초청간담회'에서 조앤 허버드 전 주한대사 부인에게 분홍색 코트를 보여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형문화재 누비장 김해자 선생의 작품이다. [사진 청와대]

김 여사가 30일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 조앤 허버드에게 누빔옷을 벗어준 에피소드 또한 패션 마케팅의 측면에서 보면 흥미롭다. '즉석 선물' 역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이벤트'였다. 선물은 통상 '미리 장만해 주는 것'인데, '준비하지 않은 것을 내주는 행위'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패션이란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놀라움, 의외성을 만들어내는 게 최고의 비책이다.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슈프림이 협업에 나서고,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인 베트멍이 백화점 복도에서 패션쇼를 하는 건 다 이런 이유에서다. 거기에 옷이 얼마나 멋진가를 논하는 건 뒤로 밀린다. 의외성 자체가 힘인 것이다. 트렌드분석업체 '트렌드 506'의 이정민 대표는 "예측지 못한 상황은 언제나 또다른 화제를 낳기 마련"이라면서 "김 여사가 옷을 벗어줌으로써 '그 옷 대신 뭘 입었을까' '받은 사람은 옷이 맞을까'라는 식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한다. 마치 미셸 오바마가 영국 방문(2009) 때나 취임식(2013) 등 공식석상에서마다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인 제이크루를 택함으로써 '왜 제이크루를 택했나'라는 제3의 뉴스를 만들어낸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어머니가 한국계인 수잔 메시나 대외협력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는 전통 민화를 모티브로 만든 양해일 디자이너의 블라우스를 입었다(왼쪽). [청와대공동기자단]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어머니가 한국계인 수잔 메시나 대외협력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는 전통 민화를 모티브로 만든 양해일 디자이너의 블라우스를 입었다(왼쪽). [청와대공동기자단]

허나 퍼스트레이디 패션, 진짜 관전은 지금부터다. '영부인 패션'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어떤 다른 길을 보여줄 것인지, 어떻게 지속적인 호감을 유지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것은 분명 흔히 셀러브리티에게 기대하는 브랜드와 가격 정보 그 이상일 터다.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로 국민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무엇을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하다는 건 퍼스트레이디 패션에도 통한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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